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XIII. DEATH (죽음)
내 앞에 앉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무엇이 궁금한지 같이 탐색해서 질문울 만든다. 그리고 타로 카드를 펼치고 스프레드 숫자에 맞춰 고르게 안내한다. 그리고 스프레드 위치에 놓고 한꺼번에 뒤집는다.
여기까지 실제 상담의 과정에서 흥미진진, 심장 두근두근한 도입부이다. 타로리더의 속내는 어떨까? 질문한 사람이 카드를 뒤집기 직전에 진심으로 기도한다. 제발, 이 질문의 방향이 애초에 건강하게 순리에 맞기를, 그래서 나의 작은 말 한마디, 간결하게 전달해도 용기가 더 커지고 밝아지기를.
질문한 사람들이 카드를 뽑으며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엄청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떨려요."
타로리더들도 마친가지 떨리고 두근 한다. 위로가 되시는지?
이렇게 서로의 진심을 모아 모아 타로카드를 열어도 여는 순간 마음속으로 '아....!!!!!' 동시에 '후웁!!!', 마음을 꽉 잡고 질문자의 눈동자를 살피게 되는 카드가 있다. 의미를 알면 더 모호하고 혼돈인 카드가 많지만 이미지로 압도해 버리는 카드, 바로 Death 메이저 13번 카드이다. 마더피스 타로, 웨이트 스미스 타로 마찬가지다. 해골과 죽음이라니. 이거 다 잘못되고 다 죽고 나쁜 거 아닌가 절로 생각이 든다. 질문자의 눈빛이 흔들리고 불안이 올라온다.
"놀랐죠? 죽음이라서."
"네, 제가 뭐 잘못되나요? 망하나요?"
"죽음 카드가 편하고 즐거운 카드는 아니지만 나쁜 카드가 아니어요.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고 거기에서 변형이 되니까요. 새로운 시작의 의미도 있으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한 장씩 천천히 리딩해 보지요?"
죽음은 나쁘다기보다 누군가의 부재가 생기기에 슬프다에 더 가깝다. 물리적인 육체의 죽음부터 내 안의 어떤 오랜 패턴의 종료, 프로젝트의 끝, 연인과의 이별 등 다양한 끝을 상징한다. 동시에 끝이 난 자리에서 시작되는 재탄생이다.
마더피스타로 카드의 13번 죽음은 검은 바탕에 하얗게 껍질을 벗기면 또 껍질이 있는 느티나무가 배경으로 서 있다. 느티나무 아래 뱀이 허물을 벗으며 재탄생 중이고 뱀의 생명력의 보호를 받으며 한 사람의 뼈가 태아의 모양으로 잠이 들어 있다.
죽음 카드의 '종료'는 본인 스스로 선택했을 확률이 높다. 타로 카드에는 이렇게 종료를 알리는 카드가 하나 더 있다. 어떤 과정과 시스템, 관계가 멈추는 16번 무너진 탑 카드는 견고해진 구조가 무너짐을 상징하고 있고 개인의 선택보다는 어쩔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갔기 필연적으로 생긴 상황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탑을 떠나 '이주, 이동'을 하게 된다.
13번 죽음은 개인의 선택이라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끝을 맺어야 비로소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법. 마음은 복잡하고 끝이 난 순간을 맞이한 슬픔과 고통이 찾아오지만 더불어서 털어내는 홀가분함도 같이 존재한다.
죽음 이후의 시간을 인간은 실제로 목격하고 확인하지 않았기에 공포스럽다.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상황이다. 여러 종교가 인간과 자연에서 떨어져 나가 추상의 개념을 율법으로 정리하고, 신도와 사제의 계급이 달라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종교의 시스템에서 빠르게 인간을 율법 아래에 두기 위해 지옥과 천국을 발명하고 죄지은 인간이 죽어서 다다른 곳이 지옥이라는 신의 상벌을 도입했다.
얼마나 두려운가. 내가 살아서 지은 죄 때문에 다다를 곳이 지옥이고 온갖 악마와 악귀들이 죽지도 못하게 괴롭힌다는데. 신을 믿고 헌금 열심히 하고 우리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율법을 행하면 나도 천국에 가고 내 자손들은 부자가 된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사는 동안 번 돈의 일부만 바치면 용서해 준다는 계산이 딱 맞춤하다. 종교가 가장 활용하는 것이 죽음과 사후이다. 이성 중심의 근대 이후 사회에서도 종교는 여전히 죽음과 사후를 무기로 사람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늙어서 죽는다는 것은 자연에 가까운 섭리이다. 모든 동식물이 순리에 따라 짧게 하루에서 길게는 수백 년을 죽음을 향해 간다. 인간은 발달한 과학기술을 섭리를 거슬러 가고 있다. 늘어나는 인구와 그들이 소비하며 버리는 쓰레기에 다른 동식물과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소중한 존재의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부재의 슬픔, 재회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 사랑한 기억이 환기하는 그리움. 내 곁에 살랑살랑 돌아다니는 고양이 자매 아띠와 루카는 11살이고 길어야 앞으로 7~8년 남았다. 그녀들이 내 곁을 떠나고도 아주 오랫동안 나는 노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상상만 해도 벌써 눈물이 난다. 아이들을 내 손으로 보내야 한다는 명징한 진리와 순리가 내 앞에 있다. 주변의 지인들의 동물가족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마다 혼자 눈물 한 바가지이다.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해도 마주할 죽음이 나를 뒤흔들어버릴 것이기에 두렵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눈을 떠 아이들의 눈을 먼저 마주치고 사랑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너희들이 조금씩 죽음으로 가는 시간이 꽃길이기를. 내가 옆에서 죽음을 잘 받아들이고 함께 한 시간에 고마움을 전할 수 있게 지금을 잘 살아야지 마음이다.
오늘 내 삶을 살아가는 힘은 죽음으로 향하는 걸음 하나까지도 나의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뿌리를 둔다. 나의 선택이 빚은 의무와 책임,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기. 이것이 마더피스타로의 저스티스 카드인데 결국 마지막에 마주할 것은 죽음이다. 수많은 죽음들을 잘 보내고 나면 내 몸도 역시 어느 자리에 주저앉을 것이다. 지금은 삶의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발걸음에서 내려가는 삶,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여행이라고 느낀다. 아무리 백세시대라 해도 노인의 삶을 수십 년 이어가는 것이니 신이 있다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적당하게 조금 이른 죽음에 관한 욕심을 내본다.
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지켜보고 잘 정리해서 심장에 기록해 두자. 찢어질 듯한 고통조차 다 내 것으로 온전하게 느끼고 통곡하며 잘 보내는 전체 과정을 피하지 말고 다 하기를 권한다. 그 뒤에 다른 평온함과 각성, 이해가 선물처럼 찾아올 것이다.
삶과 죽음이 회전문처럼 이어지고 들락날락한다는 것을 겪고 가면 내 내면의 무엇인가 끝나고 전환할 때, 어떤 관계가 끝날 때, 일과 책임을 내려놓을 때, 아이들이 독립할 때 수많은 이별과 끊어짐을 훨씬 성숙하게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그 위에서 피어나는 보드라운 연둣빛 새싹, 봄의 생명력을 마주할 것이다.
2025년 4월 10일
벚꽃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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