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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가슴이 있다.
고로 존재한다."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Ⅱ. High Prestess

by 마담 삐삐
2.png 마더피스타로 카드 메이저 Ⅱ. High Prestess

얼마 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인상에 남았다. 친구가 군대에서 겪은 일이었다. 처음으로 총을 쥐고 사격을 한 날의 기억. 사격한다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반반 섞인 채 대기한 사병들의 얼굴이 상상이 되었다. 경험을 한 친구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격장에 들어가서 다들 순서대로 줄을 섰어. 그리로 맨 앞 줄 사람들이 구령 소리에 맞춰서 총을 쐈어. 소리가 상상한 것 이상, 예상치 못하게 너무 커서 순간 뇌정지가 오더라. 나만 그런가 했더니 모든 훈련병들이 순간 얼음, 공포에 질린 얼굴이더라고."

전쟁과 전쟁무기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훈령병이 알아버린 순간이었다. 현실이고 우리는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것이다. 엄청난 직관의 순간을 군대에서 제공한 것이었겠지. 총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떻게 다뤄야 하고 어쩌고저쩌고 설명하고 텍스트로 제공하는 것은 그저 글일 뿐이다. 압도적인 소리, 상황은 입체적으로 총기의 위험과 위력, 공포를 순식간에 전달했을 것이다. 순식간에 알아버렸을 것이다.


공포에 맞서는 몸의 위대함

총과 군대, 제압하는 힘 앞에서 저항하기란 어렵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폭력적인 상황 앞에 맨몸, 맨손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 이유이다. 5월 23일 세바스티앙 살가두라는 브라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진 중 하나가 맨몸의 노동자가 총을 든 금광산의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다. 자기를 보호할 무기 없이 오로지 손으로 총을 막고 있다. 지구의 자연이 파괴되는 현장, 노동자들을 주로 촬영한 살가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 앞에서 나체 시위를 하는 여성들의 모습, 철거촌의 팬티 입은 깡패들 앞에 나신으로 나아가는 어머니들. 이십 대 무렵에 큰 눈물을 흘렸다. 죽음도 받아들인 모습임을 설명 없이 다 알아버린 순간이었다. 이런 저항은 2019년 톨게이트노동조합 여성 노동자들이 경찰의 강제 해산에 맞서 자신의 몸을 그대로 폭력 앞에 내어놓았다.

폭력이 그래서 끝났는가? 그렇지 않다. 대부분 다시 찾아오고 어떤 사람은 이기고 어떤 사람은 졌다. 그럼에도 그 순간에 죽음까지 받아들인 진실의 모습은 그 어떤 힘보다 더 강하게 우리의 심장을 흔든다. 너희들이 어떻게 해도 나는 물러섬이 없고 내게 오는 모든 상황과 순간을 다 받아들인다는 태도는 핵폭탄보다 더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한 사람의 내어놓는 용기를 이길 수 있을까.

Sebastião-Salgado.jpg 'workers' _ gold serra pelada, brazil, 1986 ( sebastião salgado)


내 안의 전쟁, 방어하기를 멈추기

때때로 우리는 내 안에서 전쟁을 한다. 나를 찾아온 갈등과 실패, 누군가의 질문,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과 결과, 나의 잘못, 네가 준 상처... 눈앞에 닥친 위협과 폭력의 공포보다는 덜하겠지만 끝이 없는 싸움과 같은 내 안의 전쟁이다.

안팎으로 닥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답답함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무기력할 때, 전쟁에서 패배한 사람처럼 나를 그냥 바닥에 던져 놓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내게 온 상황이 그 무엇이든 나 내 것이 다며 오시오, 얼마든지 나는 받을 것이고 마음과 머리를 다해 안을 것이오 가슴을 활짝 열고 수용할 것인가.

머리로 해석하고 구분해서 나를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빼내고 싶은 방어의 상태에서 직관으로 오는 그대로 나를 내려놓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가 있다.


직관이 열리면 몸과 달이 연결되고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중간여성이 찾아온다

마더피스 타로 메이저 Ⅱ. High Prestess(고위여사제)는 차오르는 달의 순환과 같이 월경이 시작된 검은 밤과 같은 상태이다. 월경이 시작되기 전부터 몸은 달의 움직임에 맞춰 변화의 신호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월경이 시작되면 멈출 수는 없기에 그 시간을 보낸다. 초경을 시작한 여성의 몸에 반드시 일어나고 맞이해야만 하는 의식이다. 선사시대 초기 제사는 동물을 죽여서 피를 사용하지 않고 월경혈로 재단을 정화했다고 한다. 다른 생명의 희생 없이 여사제의 몸에서 비롯되는 월경혈로 대지모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최초의 달력으로 기록된 동물뼈에 그린 달의 모습은 월경주기와 일치한다. 선사시대로부터 근대로 이어지는 긴 인류의 역사에서 배란기를 체크해 출산을 이어가거나 멈추는 방법을 지혜로 전달했다. 이 모든 과정이 여사제와 여성의 몸, 지혜로서 인류는 이어져 왔다. (마녀사냥으로 피임과 출산 등 여성의 몸과 생산에 관한 원형의 지혜는 말살당하고 가부장 종교와 병원이 가져갔다.)


달의 움직임과 밀접한 월경은 밤의 직관을 연다. 평소에 감각하지 못한 오감이 작동하고 가슴이 열려 예민하게 나에게 주의를 기울인다. 마더피스 타로 메이저 2번 고위 여사제 카드는 달의 변화를 상징하는 초승달 모양의 뿔장식을 하고 의식을 하기 위해 얼굴에 분장을 하였다. 가슴에 푸른색의 그림을 그려 열린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에 의식의 기하학 무늬를 왼쪽 기둥은 무의식으로 밤에 눈뜨는 올빼미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제 여사제는 나에게 오는 모든 존재들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두 손과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다.

뼈달력.jpg 프랑스 도르도뉴 발견, 34000년 전 오리냐크 양식의 음력 달력


직관력 귀 기울이기 위해 휴식을 취하기

지금 고위 여사제 카드를 만났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내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 가슴을 계속 열어두고 비판과 분석, 분류하기를 멈추고 내 안에서 답이 저절로 떠오를 때까지 충분히 나에게 집중하는 것밖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 마치 처음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내게 온 상황과 마주침 속에서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다가왔음을. 답은 이미 있지만 외면하며 피한 내용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직관으로 이해할 때 나에게 다가올 미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질문은 마주하면 할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림자까지 다 만나게 해 줄 것이다.

이제 비로소 나를 알기 시작하는 긴 인생의 여정이 진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고위 여사제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의 여정은 그저 준비단계일뿐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내 안에 머리가 없이 가슴의 언어로 내게 온 관계와 모든 것을 수용하는 어마무시한 힘이 생겼음을 알 것이다. 긴 삶의 여정 내내 나를 지켜줄 힘을 선물로 받을 것이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내 가슴을 열어주길!


2025년 6월 2일



#motherpeace #motherpeacetarot #tarot #HighPrest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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