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창가에 있는 기린초는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식물이다. 2년 전 여름휴가 때 강원도 평창에 있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에서 입장객에게 방문기념으로 주는 모종을 지금껏 잘 키우고 있다. 다른 식구들이 받아온 식물들은 두 달을 넘지 못했으니 내 기린초는 나의 자부심이다. 지난달 기린초 분갈이를 해주다 문득 생각나서 자생식물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한동안 휴관상태였다. 그러다 오늘 또 문득 생각나 다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반가운 공지가 떴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자생식물 보전을 통하여 관람객 여러분들께 자생식물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에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자생식물원은 개인이 20년간 자생식물을 가꾸고 보존하던 것을 2021년 7월 7일 산림청으로 기증되어 국립식물원으로 전환되었다. 내가 이 식물원을 특별히 기억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이 식물원을 가꾸던 분이 산림청에 기증하며 제시한 3가지 조건이었다.
1. 식물원에 일하던 분들의 고용을 승계할 것.
2. 식물원은 국내 토종 식물로 이루어졌기에 외래종은 절대 반입하지 말 것.
3. 백 년 동안 이 식물원을 유지할 것.
기증의 의도와 목적이 고스란히 담긴 조건이라는 생각에 존경과 경외심이 들었었다.
두 번째는 이 식물원을 기증할 때 사유지를 일부 남겼는데 그 사유지에 '영원한 속죄와 소녀상'이 있다는 점이다. 반대에 부딪혀 설치되지 못하고 떠돌던 소녀상이 있을 공간을 내어준 것인데 혹시라도 논란이 될까 소녀상이 있는 곳은 사유지로 남긴 것이다. 소녀상 앞에 사죄를 하는 이의 모습이 아베를 닮아 뉴스에도 나온 적이 있다. 그 소녀상 앞에 한참을 서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마침 오늘 개장이라는 소식에 당장 갈 것도 아닌데 반가운 마음이 크다.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한 식물원이기에 더욱 그렇다. 토종 식물들의 투박하고 소박하고 그래서 더 정감 가는 자생식물원.
그래서 오늘의 검색어는 한국자생식물원입니다. 올여름휴가 계획이 없으시다면 시원한 평창에서 우리의 꽃과 나무를 둘러보고 자연을 맘끽하는건 어떨까요? 가신김에 소녀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