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20일째
처음 한달브런치에 참여하게 될 때 나의 결정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 무심코 던졌던 말이 생각난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에 힘을 주기 위해 했던 말이다.
그럴 때 있잖아. 머리로는 힘든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걸 인정해버리면 도전하지 못하게 될까봐 마음이 나 자신을 다독이고 싶을 때.
에이,
브런치에 매일 글 올리는 게 뭐 별거겠어.
오늘로 20일째 매일 글을 쓰고 있는 나로서
그때 나에게 한마디 하련다.
응.. 안 해봤으면 말을 마..
1. 남는 시간은 없다.
하루는 24시간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모두. 길까? 짧을까? 이 시간을 여유롭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쫓기듯이 하루를 빠듯하게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난 전자라고 생각했다. 상당히 여유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오만했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이미 내 몸에 배어있는 습관만으로도 하루가 촘촘했다. 그걸 몰랐다.
하루에 글을 쓸 2-3시간의 여유가 없을까.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자투리 시간을 모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 알았다.
그 누구도 남는 시간은 없다. 시간을 내야지.
2. 창작의 고통
내 경험을 녹여내는 글도, 내 생각을 담은 글도 도자기를 빚는 것과 같다. 같은 내용이라도 만지는 사람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각자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맞춰주는 큰 조각들은 어제와 오늘 비슷하고, 오늘과 내일도 비슷할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 정형화된 하루에 적응을 해버렸다. 나도 마찬가지다. 직업 특성상 매일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굳어버린 행동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은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론 글쓰기, 글감 사냥하기에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반복 속에서도 기발한 생각이 나올 수 있지만, 난 지극히 일반인이라는 걸 또 느꼈다.
1. 시간을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아까 말한 대로 남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야 한다. 나의 하루를 예리하게 관찰해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내고, 주어진 시간 안에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야 한다. 쉽지 않다는 말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상황에서 최선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한다.
2. 나의 한계에 부딪히고 도전한다.
창작엔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은 아마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은 술술 글감이 떠올라 쉽게 써지는가 하면 어느 날은 글감을 찾는 법을 총동원해서 주제를 잡아도 자꾸 막혀서 답답하기도 하다. 난 나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글의 방향을 바꿨다. 엄밀히 말하면 글 주제의 방향을 바꾼 것보다 글에 접근하는 나의 방향을 바꿨다.
나는 벽이 보이면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여긴 아니구나, 다른 길이 있겠지
이젠 벽을 쳐다본다. 두드려도 본다.
이건 뭐지?
여기까지 왔는데
발로 한 번이라도 차 볼까?
깨버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엔 이르지만 대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여기서 잠깐!
한달의 가장 큰 장점
러닝메이트-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지만, 함께하는 팀원들이 없다면 금방 포기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인생은 내 뜻대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내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하지만 비록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보면 다 연결이 되어있더라.
나는 사실 내 직업과 관련한 글보단 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교사로서 삶보다 나다운 삶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직업이 나의 일상을 침범하는 게 불편했다. 지금도 썩 편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브런치를 매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나만의 편견을 잠시 접어두고 ‘내가 쉽게 쓸 수 있는 글을 쓰자'라는 마음과 타협했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고 10일이 지나 중반쯤을 달려갈 때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졌다. 실력이라고 할 만한 나의 잠재력은 있는 걸까 의심하기도 했다. 거짓말 같이, 아니 마법처럼 가장 고뇌한 날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잔잔한 파도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강하게 몰아쳐 모든 것을 휩쓰는 거센 파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내 인생을 두드리고 설레게 만드는 그런 파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