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치킨 : 가라아게와 유린기

의식주 : 의도치 않게 식식대는 주부의 근무 일지

by 박쥐마담

튀김 요리를 하면 사방에 기름이 튄다. 가스레인지 주변 조리대와 벽은 물론이고 바닥까지 튀니, 조리 효율을 따지자면 영 별로인 음식이다. 가족들은 바삭함을 만끽하며 천국을 거닐지만, 주부는 때를 놓치지 않고 튄 기름방울을 후닥닥 닦아내야 한다. 귀찮다고 나 몰라라 했다가는 얼마 후 끈적, 껍적한 기름때를 제거하기 위해 세제를 뿌리고 손목에 힘을 주게 된다. 이래서 튀김은 집에서 자주 해 먹기가 꺼려진다. 그 번거로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식구들의 미각 행복을 위해,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야채나 고기를 튀기곤 했다.


학교에 재취업한 첫해 첫 학기, 가족들에게 그 어떤 튀김 요리도 해 주지 않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뛰기 시작해 퇴근하여 집에 돌아올 때까지 숨 돌릴 새가 없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해서 대충 먹고 치웠다. 재취업한 그해부터 글도 쓰기 시작했다. 밥을 짓던 힘과 정성으로 글을 지었다. 그러다 보니 밥이 짓기 싫었다. 튀김은 봉인되었고 주방 흰 타일 벽은 닦지 않아도 반짝거렸다. 아이들에게 저녁으로 치킨을 시켜 주었던 주말, 남편과 다투었다. 일하고 글 쓰는 아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남편은 중세 시대 가부장으로 빙의했다. 나는 나대로, 삶의 동지라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치사하고 더러우니 앞으로 치킨은 집에서 튀겨 먹지도, 사서 배달시켜 먹지도 않으리라, 죄 없는 치킨에 칼을 꽂았다.


전투적으로 수업을 하고 글을 썼지만, 계절이 몇 번 바뀌지 않아 나의 실체가 드러났다. 나는 그리 유능한 선생도, 작가도 아니었다. 이해되지 않는 수능 국어 모의고사 문제 생각을 하다가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애를 써서 쓴 글을 조금 묵혔다가 꺼내보면, 문장과 문단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수두룩하게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욕심이 조금씩 빠졌다. 십여 년 전에 선생이었고 이십 여 년 전에 글을 썼던 과거는 남겨두고, 매일 조금씩 나아가기로 했다. 지금 내가 돌보아야 할 가족의 밥을 지으면서.


작년 여름, 지인에게 튀김기를 선물받았다(개인적으로 튀김은 기름에 충분히 퐁당 빠져야 제맛이라 생각하는 나는, 에어프라이어는 쓰고 싶지 않다). 가사와 육아의 짐을 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조금씩 해 나가고 있는 지인이 주신 선물이었다. 튀김기 덕분에 주방 조리대와 타일, 레인지 후드를 닦는 수고를 덜었다. 나는 다시 주 1회 튀김을 한다. 튀김기로 감자튀김, 고구마 맛탕, 돈가스를 튀겼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처럼, 뭐든 튀기면 맛있지만, 역시 최고의 튀김은 치킨이다. 소금, 후추, 간장으로 밑간한 닭 안심에 전분을 살짝 묻혀 튀긴 치킨 가라아게, 역시 닭 안심을 손질해 전분을 묻혀 튀긴 뒤 레몬을 짜 넣은 간장 소스를 뿌린 유린기는 얇은 튀김옷 요리의 최강자다.


내일은 1교시부터 내리 다섯 시간 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도 퇴근하면 튀기리라, 찰나의 행복을.


사진 : (개인적으로는) 가슴살이나 안심같은 '퍽퍽살'보다 근육에 붙은 '쫀득살'이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닭봉과 닭날개를 튀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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