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인분

by 박쥐마담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대다수의 월급쟁이 부모는 자식이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예체능은 공부보다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자식을 공부 잘하는 길로 인도하려면 돈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자식이 그 길에 들어설 생각이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자식이 그 길을 제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적금통장 털리는 건 시간문제다. 그 갈림길 사이에서 나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시간을 벌면서 어떻게든 자식의 공부 내력을 끌어내고 싶다.


‘수학을 놓으면 대입은 끝’이라는 공식은 도대체 누가 만든 걸까? 세상사에 초연하신 내 집 중2님마저도 ‘수학 50점’ 흑역사 앞에서는 꼬리를 내렸다. 학교 방과 후 수학 수업을 듣고 문제풀이를 도와줄 대학생 선생님의 도움도 받았다. 시험 3주 전부터 나름 공부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걸 보니 그에게도 공부 잘하고 싶은 욕망이 없지는 않구나 싶어 나는 안심했다. 그런데 막상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아들,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오르는 이유는 대부분 두 가지야. 첫째, 공부 방법이 틀렸다. 둘째,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아들의 시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내 집 중2님은 이런 ‘팩트폭력’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당당히 본인 성적을 분석하여 반격하셨다. “엄마, 단번에 20점 올리기가 쉬워?” 쉽지 않다. 그분은 말씀은 대부분 옳다.


엊그제, 기말고사 준비 기간에 수행평가까지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아들의 말에 괜스레 호기심이 발동했다. “몇 명이 한팀이야?” / “세 명.” / “각각 뭘 맡았는데?” / “한 놈은 조사, 한 놈은 발표, 난 PPT 만들기.” / “그런 팀플 과제 할 때 무임승차하는 애들 꼭 있지? 엄마는 엄마 학교에서 수업할 때 그런 애들 얄미워서 팀 과제를 잘 안 내주고 개인 과제만 내 주는데.” / “그런 애들 있지.” / “넌 어떤 편이야? 다른 애들이 안 하는 것까지 네가 해?” / “난 1인분.”


깔끔하다. 1인분. 다들 내 아들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만 하면 되지. 주어진 일을 남에게 미루는 인간이 없으면 이 세상은 박자에 맞게 착착 돌아갈 텐데. 사람이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분량은 정해져 있으니 그만큼만 하고 다들 집에 가면 될 텐데. 나는 능력이 출중하니 2인분 하겠다는 사람, 난 모자란 인간이라 1인분도 못 한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규분포에 따라서, 1인분씩 일하고 1인분씩 점심 먹고 내일의 1인분을 위해 우르르 퇴근하는 세상이 오늘, 대한민국에 열렸다. 아들아, 앞으로 쭉 1인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