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깝치지 마라

by 박쥐마담

그날 내 집 중2님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으로 프로야구를 보고 있었다. 초반에는 탄식 섞인 감탄사가 들렸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 흐름이 맘에 들지 않은 듯했다. 그러다가 점차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상욕 두서너 개가 곁들여진 문장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밖에서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집에서 욕을 하다니, 그것도 어린이집 다니는 일곱 살 막내와 함께 야구를 보면서. 나는 그를 안방으로 호출했다. 아들의 입에서 나온 욕지거리를 토시 하나 빼지 않고 그의 면전에서 반복 재생해 주었다. “엄마도 욕할 줄 알거든?”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는 중2님의 욕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사실, 나는 그보다 더한 아들의 욕설을 접한 적이 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다. 당최 말 없는 아들이 학교생활 잘하는가 싶어 그의 일기장을 슬쩍 살펴보았다. 거기에서 한 페이지 가득 적힌 여동생 욕을 발견하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니, 오호통재라. 자꾸 경계선을 넘어 자신을 도발하는 여동생을 때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욕할 수도 없으니, 딴에는 일기장을 대나무숲 삼은 것이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체질, 식성, 성격 중에서 무엇 하나 맞는 면이 없는 여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나는 그날부로 내 집에서 화목한 남매의 그림을 치워버렸다. 대신에 현실성 있는 문구를 걸었다. “같이 사는 동안만 화목하라”


욕설은 판도라의 상자에 넣었건만, 비속어는 호시탐탐 중2님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의 나이와 신분을 고려해서 ‘개이득’, ‘꿀 빨았네’ 정도는 들어주려고 한다. 그러나 “깝치지 마라”는 영 거슬린다. ‘깝치다’와 비슷한 뜻이면서 한 단계 낮은 수위인 “너 나대지 마라.”도 그렇다. 중2님에게 좀 살살 말하자고 청원을 올리면, 깝치는 걸 깝친다고 하지 달리 뭐라고 하냐며 반박에 나선다. ‘까불지 마라’도 있잖아, 라고 말하려는 순간, 결국 그 표현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깝치고 나대고 까부는 것들은 모두 화자의 눈에 거슬려서 그렇게 보인다. 화자는 청자가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말로 막는다. 그러니 원래 곱게 나갈 수가 없는 말이다. 힘을 가진 자가 힘으로 찍어누르며 하는 말이다. 곧, 갑질 화법이다.


조목조목 따져 물으면, 중2님은 깝친 놈의 잘못이 먼저라는, 틀리지 않은 말씀을 하신다. 맞다 아들아. 네가 언제 틀린 말을 하더냐. 그래도 조금 살살 말해보자. 세상이 온통 격한 말로 들끓고 있으니, 집에서라도 귀를 쉬게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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