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에 대하여 (feat. 러셀)

노동 숭배 거부!

by 왜살지

주 4일제가 도입될 거란 소릴 들은 것 같다. 아직 소문만 무성하다. 하지만 주 6일제는 2000년대 초반에 폐지되었다. 지금 주 6일제를 상상하기가 가능하기는 한가? 사회는 그때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난 찬성한다.


반면 4일제가 억지라는 의견도 있다. 국가 경쟁을 위해서는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제조업 기반 국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노동하지 않는 시민들은 게을러질 것이며 방탕한 악취미들(유흥이나 마약 등)에 빠질 것이다. 노동은 신성하다. 국가는 국민들의 노동 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정말 그럴까? 그들은 현재의 실업 상황을 무시하고서 말한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노동 시간의 감축은 자연스럽다.


러셀은 현대 사회에서 하루 4시간만 노동해도 충분할 거라 말했다.


공장과 기계의 생산성 증대가 노동 시간의 감소로 이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노동을 권력화했다. 공장주는 한 사람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대신 다른 사람을 자르는 것을 택했다. 누구는 살아남았고 누구는 잘렸다. 살아남은 사람(노동 권력을 취득한 사람)은 기업에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을 실업으로 내몰았다.

늘어나는 실업자는 사회 전체에 공포를 조장했다.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 수가 없다. 돈은 안정성 자산(부동산, 금 등)에 몰리고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여기까지만 봐도 마땅히 노동 시간을 줄이고 노동 권력을 분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조금 더 지배 계층의 선택(노동의 권리화)의 득실을 따져 보자.


노동의 권력화가 사람들을 길들이기에는 성공했다. 산업사회에서 실업의 공포는 사람들에게 자기 경영의 마인드를 장착시켰다. 기업이 개인을 선택했기 때문에, 개인은 기업의 눈에 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상품화했다.


인간은 이제 자기 자신의 경영자이며, 라는 상품을 효율적이고 질 좋게 생산해내야 했다. 사회 전체가 산업의 논리로 돌아갔다. 삶과 여가는 질식당했다. '특출난' 개인들은 싹부터 잘려나갔다. 어쩌다 튀어나온 인재는 의대나 취업 잘 되는 공대로 팔려갔다.


길들여진 인간들의 세상이 바람직하냐는 문제는 제쳐놓자. 실업의 공포는 결국 인류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

"만약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이 어려서 죽었더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16세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중략) 뛰어난 개인들의 배출에 어쩌다 실패했더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는 비잔틴 제국과도 같은 정체된 상황으로 빠져 버렸을 테니까."(게으름에 대한 찬양, p.215)

러셀은 인류의 발전이 뛰어난 개인들에 의해 추동되었다고 본다. 현대 사회의 인간 사육은 이런 개인들을 규격화한다.

우리는 그들을 '어려서 죽게' 만들고 있다. 이는 상품의 생산만을 고려하여 인류의 도약을 저지하는 꼴이다.


이제 되었을까? 제발 일 좀 그만하자. 노동 숭배는 지배 계층과 공장주들이 장착시킨 개념이다. 실업자와 노동 시간을 분배하면 된다. 삶과 여가가 노동에 우선해야 한다. 뛰어난 개인들을 노동 시장에서 규격화하지 말자. 그런 세상이 바람직할뿐더러 인류의 진보에 유용하다.


+ 현재의 공무원시험은 노동 숭배 사회의 대표적인 기형 제도다. 도대체 실무에 국어 영어 한국사가 어디에 필요한가? 그러나 사회는 꾸역꾸역 시험을 보게 한다. 아아, 너희는 국가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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