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를 오래 못하고 금방 실증내는 우리 아이
가정에서 아이에 대한 고민
출처 : Gramho.comQ : 저희 초등학생 아들 때문에 고민입니다.
저희 아들은 참 재능이 많습니다.
태권도 도장에 보내면 얼마 안 다녀서
"어머님 00이 선수시켜야겠어요 운동 신경이 정말 좋아요"
미술학원 보내면
"어머님 00이 그림이 예사롭지 않아요"
피아노 학원을 보내면
"어머님 00이 음악적 감각이 정말 좋아요 제대로 가르쳐 보세요"
이렇게 무엇인가 가르치려고 학원을 보낼 때마다 늘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얘가 재능이 많아 좋지 뭐가 고민이냐고 주변에서 말하는데
한 곳을 6개월 이상 다닌 적이 없습니다.
뭔가 시작할 때는 흥미를 보이고 집중을 하다가 금방 실증을 느끼고 그만둬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하기는 했지만 탁월하게 잘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러다가 나중에 어떻게 살아갈지 정말 걱정입니다.
재능은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아들 왜 이러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눈이 반짝반짝합니다.
"이 사람 누구지? 뭐 하는 사람이지? 나를 왜 만나고 있는 거지?" 등의 이야기를 눈으로 쏟아냅니다.
그리고 시종일관 산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화 중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산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산만하고 이야기를 안 듣는 것 같지만 대화를 이어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주변에 신경 쓰면서도 들을 거는 다 듣고 대답할 것이 있으면 다 대답을 합니다.
심지어 대답도 수준 있게 잘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참 똑똑한 녀석이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호기심도 많습니다. 태권도를 배우게 된다면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들을 집중하게 하고 흥미를 갖게 합니다. 그래서 신나게 열심히 합니다. 흥미를 갖고 집중하여 열심히 하니까 당연히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변화를 나타내겠죠.
물론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다는 것만으로 빨리 배우고 결과를 낼 수는 없습니다.
이 성향 아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빠른 속도입니다. 다른 유형의 아이들에 비해 압도적인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상황 파악이 빠릅니다. 태권도장에 등록을 했다면 태권도가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해야 빨리 배우는지 등에 대해 아주 빠르게 파악을 합니다. 이때 파악을 하려고 애를 쓰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자동으로 파악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배우는 속도 역시 매우 빠릅니다. 이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어려웠던 적이 있었니?"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니오 특별히 어려웠던 것은 없었어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상황 파악이 빠르고 이해가 빠르니 배우는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하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빠른 변화를 만들고 결과를 내는 것 역시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좋은 강점을 가진 아이들이 계속 열심히 하면 그 분야에서 탁월한 모습으로 성장해 갈 텐데 왜 중간에 멈출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새로움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것에 집중을 합니다. 태권도를 처음 시작할 때는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기에 관심을 갖고 재미가 생깁니다. 그래서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고 하던 것이 되고 맙니다. 새로운 것이 하던 것으로 바뀌는 시점이 이들이 흥미를 잃게 되는 시점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역시 빠른 속도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고생을 해서 번 돈이라면 그 돈을 쉽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길거리에서 주운 돈 등 크게 노력하지 않고 번 돈이라면 가볍게 쓸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배움은 이렇게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어렵게 배우지 않았고 특별히 힘들게 배운 것이 아니기에 포기 또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의 최고의 강점이 최고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탁월한 강점을 탁월한 약점으로 쓰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주변의 어른들이 이 아이들에게 꼭 해줘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기다림은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고 할 때 시작을 기다려야 합니다. 진짜 배우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다 보고 궁금해진 것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배우고 싶은 이유를 논리적이고 간절함으로 설명할 것입니다. 아이의 말을 들으면 당장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때 가장 좋은 대답은 "알겠어 그게 배우고 싶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 좀 해 볼게"입니다. 바로 해주는 것도 바로 거절을 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 정도로 대답을 하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보통 일주일 정도면 진위를 가릴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다 한 말이라면 금방 다른 것으로 바뀔 것이고 진짜 배우고 싶은 것이라면 계속해서 말할 것입니다. 그때 해 줘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진짜 배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실증을 느끼는 시간을 더 빨라지고 또 한 번 시간 낭비만 생길 뿐입니다.
두 번째 기다림은 그만하겠다고 할 때 기다려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빠르면 한 달 길면 몇 달안에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선 가는 것을 귀찮아합니다. 이것저것 핑계가 많아지고 게으름을 피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그만둬야 할 이유를 만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가장 흔한 예가 가르치는 선생님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이때 실제로 선생님이 문제가 없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 꼭 확인을 하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더 지나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 000 배우고 싶어요. 나 그거 진짜 잘할 거 같은데..."
이렇게 하던 것을 그만두려고 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이 기다림입니다. 시작할 때도 결정을 늦춰야 하지만 그만 둘 때는 결정을 더 많이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기다리면서 실제로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단지 싫증이 난 것인가를 꼭 구분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이 성향의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은 싫증이 난 경우입니다.
어른들은 무엇인가 배우는 것이 단기간에 되지 않고 참고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탁월함을 위해서는 단지 흥미로 잠깐 해보는 것이 아닌 긴 시간 참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성향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이것인데 설명을 한다고 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종료 시점을 계속 미루는 방법입니다.
"그래 알았어 생각해 볼 테니까 일단 오늘은 다녀와"
이렇게 조금씩 계속 연장하다 보면 어느새 한 단계 성장하게 되고 그 성장으로 새로운 흥미를 다시 느끼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종료 시점을 연장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좀 필요합니다. 아이가 새로운 것을 하겠다고 할 때 종료 시점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 1년 이상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시작을 하면 그만두려고 할 때 종료 시점을 연장하기 수월합니다. 시작할 때는 자기가 잘할 것이라고 오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년 아니라 더 긴 시간도 쉽게 약속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재능이 많은 아이, 새로운 것을 금방 배우는 아이 그러나 실증 또한 금방 느끼는 아이
속도가 강점이면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는 아이
이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반대로 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아이의 요구에 바로 반응하지 말고 시작도 천천히 종료도 천천히
그러다 보면 아이의 배움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실력도 높아지게 됩니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빠름이 아니고 느림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