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 지나고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또 다른 육아
행복한 헬육아
전부터 주변에서 육아 선배들 한테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헬육아가 시작 될것이니라".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그런지 홍시가 언제 걷기 시작할지 기다려지면서도 조금은 긴장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홍시가 돌 이후 걷기 시작하면서 내가 느낀 육아는 헬 육아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헬 육아라 불려질 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미소를 찾을 수 있었기에 간단하게 글을 써보려 한다.
요새 우리 집 "갑 of 갑" 홍시는 하루에도 2-3번씩 놀이터에 간다. 첫돌 이후 걷기 시작한 이후로 아이의 배터리가 정말 10배는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던 아이가 이제는 제법 위에 사진과 같이 뛰어도 다니려고 한다. 뛰는 건 놀이터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집안을 치운다고 치웠지만 그래도 집에는 아이가 다칠만한 물건들이 많기에 항상 아이를 쫓아다니기에 바쁘다. 정말 예전에 육아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그 "헬 육아"가 이제 시작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느낀 걸까. 이런 헬 육아 속에서도 첫돌 이전에는 아이한테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행복함이 있었다. 아마도 그 짧지만 강한 행복감에 하루하루를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홍시도 인제 우리 집 가족 구성원이구나]
14개월 전 홍시가 태어나고 우리 집의 새 구성원이 되었다. 정양과 나는 아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고 진심으로 환영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새로운 가족이 된 홍시를 열심히 보살폈다. 항상 매 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바라보기만 해도 예뻤기에, 첫돌 전까지 아이를 돌보면서 홍시가 우리 집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홍시는 우리 집 가족 구성원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첫돌이 지나고 나니 이제 진짜 홍시가 우리 집 가족 구성원이 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이전에도 당연히 홍시는 우리 집 구성원이었다.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홍시가 이제 하나의 인격체로서 엄마, 아빠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거다. 돌 이전까지는 열심히 분유를 먹이고 놀아주고 하지만 아이한테서 돌아오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 부모가 아이한테 일방적으로 육아를 해야 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이제 아이가 첫돌이 지나고 나서 모든 게 달라졌다. 아직 말은 못 하지만 우리가 뭔가를 해주면 그 응답이 되돌아온다. 이게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매일 아이의 작은 반응 하나하나에 나와 정양은 행복해했다. 그리고 하나의 사회성을 가진 인격체로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홍시에게 한번 더 환영한다 말해주고 싶었다.
[온몸으로 시도하는 아이의 의사소통]
가끔 홍시를 보고 놀랄 때가 있다. 밥을 먹일 때 자신이 원하는 반찬, 물을 안 주면 입을 꽉 다물고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가끔 홍시가 인제 원하는 의사소통을 온몸으로 다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놀라곤 한다. 비록 아직 입으로 소리 내어 말은 못 하지만, 얼굴 표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거다.
얼굴 표정뿐만이 아니다. 원하는 장난감과 가고 싶은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하고, 싫어하는 걸 주면 1초도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그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뭔가가 잘 안되면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같은 촉촉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보고 배우는 게 늘어나고 돌아오는 반응 또한 매일 다른 걸 시도하려 한다.
[힘들지만 행복한 헬 육아]
첫돌 이전에 육아는 육체적으로는 편했으나 정신적으로 외로웠었다. 이 아이는 내가 밥을 주고 있는 걸 알고 있을까? 내가 아빠라는 사람이라는 걸 인지할까? 가끔 웃어주는 게 진짜 즐거워서 웃는 걸까?... 이런 수없이 많은 질문들에 휩싸여 있었기에 육아를 하면서 몸은 약간 편했으나 정신적으로 고독했다.
하지만 첫돌이 지나고 나니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내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아이는 반응해 왔으며, 기분이 좋으면 웃어주고 마음에 안 들면 떠나가라 울기도 했다. 가끔 원인모를 울음에 내 눈물을 쏙 뺄 만큼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모든 홍시의 행동들이 정말 반갑게 느껴졌다.
물론 하루 전체 중에 체력적인 소모성을 비교하자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나 역시 홍시 뒤를 따라다니다 보면 내 정신줄이 어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짧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홍시가 웃어주고, 도와달라고 바지자락을 잡아당기고, 원하는 무언가를 표현할 때 느껴지는 행복감이 내 체력을 금세 회복시켰다. 마치 게임에서 체력 물약을 마신 것처럼 말이다.
요새 홍시를 어린이집에 등 하원 시킬 때나, 같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주변에서 말을 건네 온다. "이 맘 때부터 아이들 키우는 게 쉽지 않죠?"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그래도 이맘때 아이가 웃기도 잘 웃고 정말 예쁜 거 같아요". 사실 나도 저런 말을 건네 오면 순간 힘들다고 말하려 하다가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힘들긴 해도 과거보다 지금이 육아를 하면서 느껴지는 행복감의 밀도는 더 높지 않은가.
나는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쓴 글은 어찌 보면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써 내려가는 "억지 육아 장점 찾기"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억지면 좀 어떤가. 이렇게라도 육아를 함에 있어서 즐거운 포인트를 찾으면 매일이 즐거울 수 있는데 말이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이렇게 내가 쓴 글이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 한테 힘든 육아 속에서 행복함을 찾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