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야 아빠도 육아휴직을 쓰기로 했다
내가 육아휴직을 쓰기로 한 이유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회사에 신청서를 낸 상태다. 육아휴직은 아빠도 1년을 최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우선 4개월만 사용한다고 회사에 이야기했다. 4개월 후에는 아마 남은 8개월에 대해서 홍시의 어린이집 등 하원을 위해서 단축근무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처음에 회사에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회사 선배와 동료, 후배들 모두 놀라는 듯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아빠의 육아휴직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다들 각자 다른 반응으로 놀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몇몇 선배님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고, 동기들은 멋진 결정이라며 응원했지만 한편으로는 괜찮겠냐며 걱정을 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후배들은 내가 육아휴직을 써주니 자기들도 인제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회사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다들 놀래 하면서도 응원하면서도 걱정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육아휴직이 나라에서 보장해주는 아빠의 권리라 생각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아빠와의 유대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중요한 권리. 이걸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왜 육아휴직을 결정하기 됐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홍시가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나름대로 육아에 관심이 많아서 육아 관련 서적을 몇 권 읽다 보니 공통적으로 책에서 이야기하는 게 있었다. 바로 아이가 어릴 적에 아빠와의 유대감을 갖는다는 건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큰 디딤돌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홍시가 어린 시점에 아빠라는 존재가 있음을 알려주고, 항상 친구와 같이 곁에서 지켜주는 존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책에서 나오는 이론적인 이유가 아닌 그냥 홍시가 어렸을 때 같이 놀아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빠로서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그 어떤 장애물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두 번째 이유는 맞벌이 부부로서 육아의 공백이다. 현재 정양은 출산을 하고 나서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고, 곧 회사로 복직을 해야 하는 상태이다. 보통 맞벌이 부부가 가장 쉽게 육아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양가 부모님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양쪽 부모님께서 사는 곳이 제법 먼 곳이라 육아를 부탁드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최후의 수단인 어린이집이다. 작년 말쯤에 어린이집 입소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 다음 달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닐 수는 있는데, 홍시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려면 적어도 처음 몇 달간은 누군가가 등 하원을 시켜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빠인 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홍시가 어린이집에 적응할 때까지는 등 하원을 시켜야 했고 나 역시 내가 직접 아이를 등 하원 시키고 싶은 육아 욕심이 있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세 번째 이유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에서 아이와 함께 아주 잠깐의 쉼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올해 나는 37살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살 전까지는 입시에 치여서 앞만 보고 살았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기 위해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수능시험을 봐서 대학을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를 했고, 벌써 나는 8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이렇게 인생을 돌아보니 딱히 인생에 쉼표라는 게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치열하게 남에게 뒤쳐지는 게 싫어서 뭐든 열심히 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가 아이가 생겨서 아빠의 육아휴직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마음 한편으로는 즐거웠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합법적인 인생의 짧은 쉼표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육아휴직을 쓰면 더 힘들 거라고 이야기를 한다. 육아휴직을 하면 지금처럼 회사를 다니는 게 인생의 쉼표라는 걸 깨닫게 될 거라고 자주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정말 그런 건가 나 스스로를 의심해 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분명 육아휴직은 나와 아기, 그리고 와이프를 위한 내 인생에서 훌륭한 쉼표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곧 다가올 짧은 4개월의 육아휴직이 누구보다 정말 기대된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또다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