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의 짧은 독박 육아 후 느꼈던 아빠의 후기

조기 출근해서 야근까지 해야 한다

by 허군

작년 말 때쯤 정양한테 육아휴직이 끝나기 전에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다. 이제 곧 1년간의 육아휴직이 끝나가니, 어디 가까운 휴양지라도 가서 잠깐이라도 바람 좀 쐬고 오는 게 어떻냐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선뜻 정양한테 여행을 다녀오라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끔 주말에 하루정도 혼자 육아를 해보니 생각보다 할만하다고 생각했고, 정양이 3박 4일 여행 간다고 해서 육아를 혼자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정양은 최근 육아 포상휴가(?)를 떠났고 나는 홍시와 3박 4일간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홍시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 육아를 하는 것과 3박 4일간 육아를 혼자 하는 것은 생각보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은 3박 4일간 독박 육아를 하면서 느꼈던 점을 짧게나마 써보려고 한다.


[육아는 정신적 노동]​

3박 4일간 홍시와 둘이 지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육아는 '정신적 노동'이라는 거였다. 아마도 나를 포함해서 보통의 남자들은 육아를 육체적인 노동이라 생각할 것이다. 육아는 집에서 아이를 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렇게 남자들은 육아를 육체적인 노동이라 생각을 하기에, 밖에서 일하는 내가 더 피곤하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밖에서 내가 육체적으로 더 힘든 일을 하고 왔으니 집에서는 좀 쉬어야 한다고 쉽게 합리화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집에서 육아를 직접 해보니, 육아는 육체적 노동이 아니었다. 물론 육체적 노동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게 정신적 노동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이와 함께 있는 24시간 내내, 단 1분도 정신적으로 육아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거다. 아이가 혼자 놀고 있으면 얘가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청소를 하면서도 계속 쳐다봐 줘야 하고, 낮잠을 잘 때는 혹시나 잘못된 자세로 자다가 숨이 막히는 건 아닌가, 어디 방바닥에 실수로 떨어트린 작은 물건을 삼키는 건 아닐까 등 단 1분도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이게 하루 육아를 했을 때는 크게 못 느꼈는데, 3박 4일 정도 혼자 육아를 해보니 생각보다 정신적인 노동이 크게 느껴졌다.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마음 놓고 커피 한잔 하려 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조기 출근해서 야근까지 해야 한다]​


사실 전에 주말이 되면 가끔 정양한테 바람 쐬고 오라고 하고 혼자 육아를 해본 적이 몇 번 있다. 그런데 그때는 주말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혼자 아이를 보면서 생각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퇴근시간이다. 나는 주말에만 육아를 해봤었기에 퇴근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왜냐면 매일 하는 게 아니라 주말 하루 늦게까지 아이와 놀아 주는 거기에 크게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평일을 포함해서 4일을 연속 홍시와 단둘이 지내보니 좀 충격적이었다. 퇴근시간이 없는 거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건 별 신경안 쓰였는데, 저녁 5시가 되었는데도 나는 퇴근을 하지 못한다.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다시 육아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아이와 함께 있어서 너무 행복하지만 내 몸 하나 추슬릴수 있는 쉼표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정양은 거의 1년 동안 이렇게 육아를 해왔다는 생각에 정말 미안한 마음이 컸다. 아침 7시부터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는 저녁 7시까지 12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육아를 했을 테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있었을 거다. 나는 회사에서 12시가 되면 마음 편히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출퇴근 시간에는 차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여유를 즐겼다. 그런데 정양은 그런 거 전혀 없이 1년을 지냈다고 생각하니 정말 미안했다.


이번에 3박 4일간 혼자 육아를 하면서 평소에 생각했던 '이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위대하다' 문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혹시 '위대하다'라는 단어로 어머니를 포장해 놓고, 우리는 어머니의 노력을 모른 척 방관한 건 아닐까... 어머니는 위대하니까 이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거라고 나도 모르게 육아와 선을 그어놓은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나 역시 육아휴직이 시작되는데, 내가 정양만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위대한 아빠가 돼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즐겁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육아휴직 전 3박 4일간 육아를 도맡아서 해본건 아마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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