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초보 아빠가 생각하는 수면교육의 필요성
엄마, 아빠는 어벤저스가 아니다.
주변 예비 부모가 될 지인들이나 혹은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들이 종종 물어본다.
"아이는 밤에 잘 자?"
그러면 조금은 쑥스럽지만 이렇게 이야기한다.
"5개월 때부터 따로 재워요"
그러면 이때부터 대화의 중심은 당연히 수면교육이 된다.
이런 경험이 자주 있다 보니 수면교육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와 정양이 생각하는 수면교육의 필요성과 우리가 어떻게 수면교육을 했었는지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처음 정양이 우리한테 아이가 생겼다고 이야기했을 때 정말 수없이 많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 너무 놀랐던 나머지 서프라이즈 한 반응을 하지 못해 아직도 가끔은 구박을 받을 때도 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카페에서 처음 아이가 생겼다고 들었을 때 너무 많은 감정이 화살과 같이 머릿속을 지나가서 아무 반응도 못했던 것 같다. 핑계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정신머리가 있었더라면 뭔가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리액션을 보여줬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그 후로 10개월간 홍시는 정양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했고, 나와 정양은 엄마, 아빠가 되려고 닥치는 대로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 아빠가 되기 위해서 뭔가를 공부하고 싶긴 한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두운 바다 위 작은 뗏목 하나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에서는 육아 관련해서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었고 나는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이 책이 나에게 있어서는 아빠가 되는 첫걸음 같은 존재였다.
아마 임신 준비를 하고 있던가, 혹은 이미 부모가 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을 읽어봤을 책인 것 같다. 책 제목은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이었는데 프랑스식 육아에 관련된 책이었다. 책은 펼치자마자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었고, 중요한 부분은 체크해가며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이 책 이외에도 육아 및 수면교육에 관련된 책을 두세권 정도 더 읽었다. 북유럽 수면교육 관련 책부터 국내 육아전문가가 써낸 책도 읽어봤다. 그리고 이렇게 수면교육 관련돼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수면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거였다.
내가 "수면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면 교육 관련 책을 몇 권 읽다 보니 대체로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았다. 첫 번째는 나와 같이 부모의 의도된 수면교육이 필요하다 라는 입장, 두 번째는 의도된 수면교육보다는 아이의 생체리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두 가지 입장중에서 내 생각은 첫 번째 같이 아이에게는 어느 정도 의도된 수면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서론이 조금 길어진 것 같다. 그럼 나는 왜 "수면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첫 번째는 바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엄마, 아빠가 올바른 육아를 할 수 있다는 데에서 시작했다. 말이 좀 거창할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부모가 밤에 잠을 잘 자야 즐겁고 올바른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보통 부모가 되는 성인은 약 30년간 밤에 잠을 자고 낮에 활동을 하는 삶을 살아왔다. 아무리 소중한 내 자식이지만 이런 30년 넘는 내 생체리듬을 송두리째 바꾼다면 몸도 마음도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엄마, 아빠는 어벤저스가 아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는 아이한테 웃는 표정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달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아이를 마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싫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에 아이한테 의도적으로 수면교육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자칫 부모 편하자고 아이한테 수면교육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사실대로 말하면 맞는 말인 셈이다. 솔직히 나랑 정양은 최대한 빨리 아이에게 수면교육을 가르쳐주고 밤에 잠을 잘 자고 싶었다. 우리가 밤에 잠을 잘 자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서로 짜증 안 내고 마주 보며 우리의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야만 행복한 가정이 될 것 같았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밤에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주 보고 기분 좋게 인사하고 홍시한테 다가가서 웃으며 인사한다. 밤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고 자연스레 정양의 컨디션과 아이의 상태까지 기분 좋게 확인한다.
그러나 우리도 처음부터 이렇게 달콤한 밤잠을 잘 수는 없었다. 수면교육을 할 수 없었던 생후 1-2개월 때는 밤에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야 했고, 그런 삶은 나와 정양의 관계까지 안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약간의 부족함이나 실수가 보이면 왜 저런 것도 못 챙기는 건가 속으로 생각하다 보니 마주 보고 웃을 일이 없는 거다. 과연 세상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피곤한 상태에서 평소처럼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나와 정양은 그런 위대한 사람은 아니었다.
위에서 말한 것 같이 수면 교육 없이 오랜 시간 밤잠을 설치게 된다면 그 피로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올바른 육아를 할 수 있을까? 항상 웃는 모습으로 아이에게 다가 가수 있을까? 정말 현실적인 문제였다. 나랑 정양은 슈퍼맨, 슈퍼우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우리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서는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기에 조금은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최대한 빨리 수면교육에 아이가 적응하도록 유도했다.
두 번째는 아이한테 최대한 빠르게 삶의 이치인 낮과 밤을 알려주어서 빨리 엄마, 아빠의 삶 속으로 녹아들기를 바랐다. 지구에 태어난 이상 아이는 낮과 밤이 있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태양이 떠있는 낮에는 활동을 하는 시간이고 어두워진 밤에는 잠을 자는 시간이다. 홍시는 10개월 간 엄마 뱃속에서는 이 세상의 이치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는 것이고, 조금 빨리 알게 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최대한 빠르게 알려주는 게 아이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말은 엄마, 아빠의 삶의 질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세상 밖으로 이제 나온 아이는 아직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낮에는 활동을 하는 시간인지, 밤에는 자는 시간인지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저 배가 고프면 울어서 배를 채워야 하고, 잠이 오면 울다 지쳐 잠을 자는 거다. 언제까지 내가 자야 하고, 또 얼마만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오로지 부모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한테 모든 걸 맡기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아주 조금씩 아이한테 의도적으로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유도해주는 게 아이한테도 덜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었다. 육아의 개념을 떠나서 부모가 아이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라 생각했다.
나는 당연히 육아가 처음이다. 육아 초보 중의 초보 아빠라는 말이다. 둘째, 셋째까지 키우신 엄마, 아빠들이 이 글을 본다면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나 역시 수면교육에 대한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써보는 이유는 수면교육에 어느 정도 성공한 육아는 정양과 내가 주변에서 듣던 만큼 힘들지 않아서였다. 출산 전에는 아이 때문에 잠 못 자서 스트레스가 많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서 내심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 5개월 만에 홍시가 자기 방에서 9시간씩 잘 자고 나니 육아가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양과 나 역시 하루하루 행복함을 느끼고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아이가 5개월부터 자기 방에서 잔다는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어떻게 그렇게 한 거냐고 물어본다. 그럼 나랑 정양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수면교육에 조금은 성공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에 대한 대답은 아이가 순해서, 기질이 착해서 그런 거라고 돌아온다. 물론 수면교육에 있어서 아이의 기질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랑 정양 역시 홍시가 처음부터 집에 와서 통잠을 자고 그러지는 않았다. 우리가 만약 수면교육을 노력하지 않았다면 홍시 역시 지금까지 품에 안고 자고, 두세 시간마다 잠에서 깨서 밥을 먹어야 하는 아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었고 많이 지쳤었다. 하지만 지금에서는 그때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용기 내서 감히 육아 초보 아빠 주제에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껏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자세히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생각을 한번 정리하니 좋은 것 같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지금 이 글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다음에는 우리가 했었던 수면교육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