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익숙해지기
주말 아침이 되면 아침을 챙겨 먹고 항상 도서관으로 향한다. 집 근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시립도서관이 있는데 올해 새로 생긴 곳이라 시설도 깨끗하고 책들도 전부 새것들로 준비되어 있어서 항상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렇게 아침 일찍 도서관에 들어서면 책 냄새가 난다. 종이 냄새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그 책 냄새가 점점 친숙하게 느껴지고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1층에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어린이실로 신발을 벗고 들어선다. 따뜻한 방바닥에 들어서면 추웠던 몸이 녹아들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홍시는 많은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책상에 앉는다.
홍시와 함께 도서관을 오는 이유는 도서관의 분위기와 주변 형, 누나들의 행동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굳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지 않아도 주변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이런 엄마, 아빠의 노력을 알아차렸는지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홍시는 도서관에 오면 항상 엄마, 아빠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나와 정양은 작은 목소리로 홍시 옆에 앉아서 책을 읽어 주고는 했다. (도서관 어린이실은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최근에 옆자리에서 혼자 의젓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형을 보더니 뭔가 좀 달라졌다. 홍시가 잠시나마 혼자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아직 글씨는 모르지만 책 속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주 잠시였지만 홍시의 이런 모습이 너무 반가웠다. 분명 주변의 형, 누나들이 혼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해 보는 것 같았다. 나랑 정양은 그저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혼자 책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답답한지 다시 책을 읽어달라고 말하긴 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우리는 이날 홍시에게 혼자서 책을 읽었다고 칭찬해 주지는 않았다. 우리가 책을 혼자 읽는 게 좋은 거라고 이야기해주면, 홍시는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책을 혼자 읽으려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아주 잠깐이어도 좋으니 그저 혼자 책을 보고 있는 시간이 즐겁다는 걸 스스로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홍시는 도서관에 오면 언제나 그렇듯이 자동차 관련된 책들만 좋아한다. 그리고 나 역시 도서관에 오면 홍시가 좋아하는 자동차 관련 책들을 찾아주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냥 홍시가 좋아하는 자동차 책이면 충분하다. 도서관이라는 장소와 책이라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갖게 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정보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책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가장 중요한 정보 습득의 수단이 될 거라 믿고 있다. 책을 읽으면 상상하게 되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면서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사고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주말이 되면 아침마다 계속 도서관으로 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