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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da Sep 22. 2022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

유치원 소풍

없어도 너무 없는 살림에

쉽지 않은 말썽쟁이 아이들.

참견쟁이 시누에 쉽지 않은 남편


하지만 이제 엄마에 대한 연민과

엄마의 고생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 한다.


대신에 너무도 고왔던 우리 엄마의 기억을

더 남기고 싶다.


엄마는 참으로 꽃다웠다.

풍성한 머리, 하얀 피부, 까맣고 큰 눈에 긴 속눈썹

소녀같이 앳된 얼굴과 고운 마음씨.


사랑해 ~ 고마워 ~ 미안해 ~

늘 표현해주시고

가끔은 얼굴도 모르는 엄마의 엄마가 보고 싶다며

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했던 나의 엄마


어릴 적, 살림이 어려워

유치원은 당연히 안 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하나뿐인 딸 유치원도 못 보내냐며 엄마 손에 이끌려간

동네 유치원.


어느 봄날,

딱 오늘처럼 따듯했던 봄날,

유치원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사탕 따먹기, 숨은 보물찾기, 사생대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몰랐지만,

사진으로 남겨진 그때의 엄마를 보니

우리 엄마 너무 곱다.


엄마의 인생을 결혼하기 전까지 지켜보며 ‘나는 엄마처럼 안 살 거야’를 외쳤더랬다.


그런데, 나도 엄마처럼 살고 있다.

엄마처럼 사는 것은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것은 희생이었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것은 책임이었다.

엄마처럼 사는 지금의 이 인생이

이제는 너무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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