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애의 시작과 마지막, 나는 공항에서 '또' 너를 보낸다.
우리가 공항에서 맞는 여섯 번째 이별이다.
'또' 너를 보내러 공항에 가는 길. 공항 리무진 버스에 함께 앉아 가는 한 시간 반은 짧고, 탑승수속을 함께 기다리는 두 시간은 더 짧다. 그의 손에 들려진 세 장의 비행기 티켓과, 그를 기다리고 있는 30시간이 넘는 여정은 우리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었는지 매번 고통스럽게 나를 일깨워준다.
올림픽의 여파인지 공항은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그래서인지 가는 이들보다 오는 이들이, 보내는 이들보다 맞이하는 이들이 더 많은 날이었다. 웃음이 가득한 공항에서 나도 그를 보낼 준비를 하며 애써 웃었다. 공항에서 그를 보내며 울게 되면, 함께 탔던 리무진 버스에 혼자 올라타는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줄은 길었다. 나는 여행 준비를 마친 승객들 사이에서 그 옆에 줄을 함께 섰다. 이상하게 탑승 수속 줄에만 서면 우리는 둘 다 아무 말도 없이 서로의 손만 잡게 된다. 시간이 흘러 우리 차례가 다가왔다. 승무원이 우리에게 물었다.
"두 분 같이 여행하시나요?"
아니에요, 나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를 앞으로 보내고 줄을 벗어나 의자에 가서 그를 기다린다. 우리는 언제쯤 저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탑승 수속을 마치고 다가오던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제 마지막으로 한국 밥 먹으러 가자!' 하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도 웃는다.
그와의 마지막 식사는 언제나 공항이다. 비록 재빨리 끝내야 하는 식사라도 마지막은 꼭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우리가 즐겨 찾는 한식당으로 향했다. 그는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브라질로 돌아가면 (나 다음) 가장 그리울 김치를 못 먹어 슬퍼하는 김치 매니아다운 선택이었다. 그 사이 시간은 애타는 우리의 마음을 앞질러 빠르게 뛰어갔고, 우리는 다시 한번 그를 보내는 마지막 장소에 도착했다.
"Goodbye."
"...... I don't want to leave."
서로의 손만 매만지던 둘 사이에 또 정적이 흐른다. 우리의 이별은 늘 이렇게 조용하다. 그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지막 말을 건넸다.
"I will be next to you before you even realize it."
응 나도 알아, 비행기 시간 늦을라. 나는 웃으며 그를 안아주고 그의 등을 떠민다. 그렇게 그가 떠났다.
우리에게 공항은 떠나야 한다는 현실과 떠나기 싫은 마음이 부딪히는 곳이다. 한편으론 누군가를 애타게 보고 싶고 반기고 싶은 두 마음이 비로소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항은 복잡하다.
네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뒤돌아서는 마음은 낯설다. 항상 둘이었다가 혼자가 되는 그 극적인 순간에, 그 마음을 안고 복잡한 공항을 홀로 빠져나오는 그 기분은 더 낯설다.
그를 처음 한국에서 떠나보내던 날이 기억난다. 꼭 2년 전 이맘때쯤 인천공항에서 맞는 이별에 어찌할 줄 모르던 우리 둘.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바뀐 것이 있다면 이별을 대하는 자세다.
우리가 처음 만남을 시작하던 그때, 과연 이 이별이 새로운 만남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 될지 혹은 영영 이를 떠나보내는 작별 인사가 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이별은 잠시 숨을 고르며 둘의 미래를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너를 만날 운명을 위해 미국에 홀로 발을 디뎠던 그 날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네가 내 곁을 떠나간 날까지 공항에서 우리는 늘 함께였다.
우리 연애의 시작과 끝, 오늘 나는 공항에서 또 너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