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일기 by 혜진
은결님, 같이 브런치에 글을 쓴 지 반년 가까이 지났어요.
친구에게서 '지인과 같이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는 아이디어를 듣고, 그다음 날인 5월 2일에 '브런치에 같이 글 쓰실 분..?!'이라는 공지 글을 올렸어요.
아무 반응도 없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감사하게 은결님이 손을 들어주셨어요.
요조와 임경선 처럼, 우리도 교환일기 형식으로 써보자-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주제를 정하자-
일주일에 한 번씩 쓰고, 두 개의 글을 올리자-
카톡으로 나름의 회의?!를 마친 이후, 부지런히 글을 써서 올린 우리들.
이 교환 일기엔 블로그에 길게 쓰지 못한 제 가족 이야기를 자주 썼어요.
한동안 엄마에게 품었던 날선 감정, 아빠에 대한 복잡다단한 미안함, 아이에 대한 여러 마음을-
교환 일기 덕에 저는 좀 더 용감하게 나를 꺼내 보일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조금 더 솔직해져도 큰일나지 않는다는 걸 배운 것 같아요.
게다가 은결님이 에쿠니 가오리를 무척 좋아하고, 일본어를 일부러 시간 내서 공부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반가움도 있었고요.
일본어라는 주제로 글을 쓸 땐 은결님과 제 글을 비교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었네요.
은결님의 글은 담백해요.
은결님이 평소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와 맞닿은 느낌이랄까요.
담백하지만 일상에 대한 관찰을 놓치지 않고, 소박한 것을 주제로 잘 건져 올리는 능력.
전 은결님 글 중에, '매일 하면서 노력하는 것' 편이 제일 좋았고요, 은결님 글을 읽으면서 '덜어내는 삶'을 나도 실천해보고 싶다는 도전도 받았어요. (조금 더 나이 들어서 해보마고, 핑계를 대봅니다)
저랑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한 은결님의 의외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공대생 출신의 공무원, 아들 둘의 엄마,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이지만 그 안의 채워지지 않는 것들로 인한 고민-
블로그의 짧은 글로만은 알지 못했을 서로의 일상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고요.
약 반년 동안 같이 교환 일기를 쓰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죠.
은결님은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일본어 공부를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전 극한 두려움 속에서 처음으로 모임의 호스트가 되어서 사부작사부작 일을 벌이기도 했고요.
코로나가 일상을 다 뒤집어엎은 것 같은 상실감의 한 해였지만,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하기에, 꾸준히 노력하고 가꿔가는 우리 개개인의 일상은 사실 변하지 않았지요. 내년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질까요? 아니면 김미경 강사의 말처럼 아예 다른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까요? 암담하면서도, 부지런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은결님 덕분에 장기간 휴업 상태였던 브런치에 불씨를 피웠고, 연애편지 받는 기분으로 은결님의 편지를 기다렸네요. 최근 저의 불성실함으로 인하여 글을 올리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이런 모습이라니, 으으!)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젠 구독자가 되어서 은결님의 브런치 글을 부지런히 찾아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