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고 Apr 29. 2023

프랑스의 출산율은 왜 높을까

딸에게 동요를 불러주다가

 아이에게 처음 동요를 불러줬을 때가 기억납니다. 고요한 집안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반짝반짝 작은 별을 불렀습니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인지 그 후로는 딸에게 동요를 불러주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신기하게 어렸을 때 불렀던 노래들이 하나둘씩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동요 속 파시즘


 어느 날은 유치원에서 지하 강당에 모여 부르던 노래가 기억이 났습니다. 첫 소절은 이랬습니다.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 우리들은 유치원에 모여 살아요’.  

 기억을 더듬어 노래를 이어가던 중 저는 노래를 끝마치며 흠칫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빛내는 큰 일꾼이 될 거야’. 이런 파시즘 가득한 노래를 내가 다섯 살 무렵에 유치원에서 불렀단 말인가?



 당혹스러움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같은 새마을 운동의 향기가 가득한 가사와 ‘하하하하 우리는 착한 어린이 아껴 쓰고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 같은 고금리 시대의 저축 권장 동요도 기억해 냈습니다.

  
 그 후에 떠올린 건 더 가관입니다. 딸과 산책하며 동요를 부르던 날입니다.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들 익은 푸른 언덕에’.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아줌마들 여럿이 화투 치며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가사가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내 돈 내라 이 년아, 못 내겠다 이 년아 울상을 짓다가’.


 저는 놀라 노래를 그만합니다. 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저는 살짝 식은땀을 흘립니다. 동요를 이런 식으로 바꿔 부르던 게 친구들 사이에 유행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당시 티브이로 보던 뉴스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주부 도박단이라던가 대기업 줄 도산 소식과 구조조정 그런 것들이요.
  

80년대 후반생인 내가 기억하는 뉴스 (출처 KBS,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저출산은 원인이 아닌 결과


 요즘 우리나라에서 저출산이 큰 화제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저출산 국가였지만 0.79명이라는 이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을 세웠으니까요. 저출산의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명쾌하지 않으니 해결도 안 되고요. 확실한 건 돈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한국을 나와 보신 분들은 더 공감하시겠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정말 잘 사는 국가이거든요.
 
 주변의 지인들에게 저출산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각자 조금씩 다른 의견을 말해주었지만 여전히 딱 명쾌하게 설명이 되진 않았습니다. 가장 공감 갔던 말은 ‘저출산은 원인이 아닌 결과’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위에 언급한 동요를 부르며 자란 저희 세대를 떠올립니다.


군대식 아침 조회와 얼차렷의 기억


 저는 80년대 끝자락에 태어났습니다. 당연한 줄 알았던 군대식 아침 조회와 얼차렷 채벌이 기억납니다. 저녁 10시까지 이어졌던 야자 시간에 책을 보면 뺏어 갔던 기억도 납니다. 공부할 시간에 다른 책을 읽는다고요.


야자 시간 덕분에 는 건 낙서 실력


 우리가 받은 교육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봅니다. 획일화된 가치로 인한 과잉 경쟁이네요. 무한 경쟁이 효과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잘 사니까요. 주변을 둘러봐도 경쟁력 있는 대단한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살아온 탓인지 그들의 얼굴은 조금 지쳐 보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는 지금 삶도 버겁다는 이야기도 흔히 듣습니다.
  

본능을 억누르는 게 익숙한 우리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집은 돈이 많거나 생각이 없던가 둘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말인가 싶으면서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인간이 본능을 따르면 남자는 섹스를 하고 여자는 엄마가 되는 거 같습니다. 여성의 의무 교육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저는 그 마음이 조금 이해됩니다. 둘째가 4달밖에 안 됐는데 아이를 또 낳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출산율도 낮고 성관계 횟수도 전 세계 최하위입니다. 남자도 여자도 본능을 누르며 사는 것이 익숙한 것처럼 보입니다.



새벽까지 파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출산율이 아름답게만 높을 이유는 없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1.83으로 선진국 중에서는 높은 편입니다. 프랑스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를 남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좋은 사람 만나서 아이를 낳았다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과 아이를 낳고 그리고 헤어지고 또 낳고 그래서 출산율이 높다고요.


 반은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실없는 소리만은 아닙니다. 출산율이 아름답게만 높을 이유는 없다는 말입니다. 미성숙한 행동은 질타받아야 합니다. 다만 우리 세대가 지나치게 참는 것에 익숙한 것이 아닐지 이곳과 비교하며 생각해 볼 뿐입니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국가를 위해 개인이 아이를 낳을 이유는 없습니다. 저출산은 정부의 노력이 세대를 거쳐 해결할 문제입니다. 시간은 걸릴 것입니다. 옆 나라 일본도 저출산 정책이 결과를 내기까지 이십 년이 걸렸다고 하니까요.


 다만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 덜 억누르며 살아도 괜찮다고요.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쏟아지는 저출산 뉴스를 보며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전 10화 아들 곁에서 곡예를 하는 아버지의 마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