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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머드 Aug 25. 2017

도구는 정말 우리 생산성을 높여줄까?

정리를 위한 정리 줄이기


Evernote, Todoist, Keep, Trello, Drive, Pocket, Toggl은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툴입니다. 저는 이것들을 동시에 사용했던 적이 있었어요. 기능이 모두 달라서 각각 담당 역할을 정의하고 서로 유기적이고 견고하게 돌아가도록 디자인해야 했습니다.




이런 표로 작성해서 플로우 차트까지 그리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생산성 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산성 툴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마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느끼곤 합니다. 저 역시 이런 정리를 하고 나면 복잡한 머릿속이 깨끗해지면서 '어차피 적어뒀으니 이따가 하면 돼'라며 게으름을 피우곤 했죠. 꿈을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이미 꿈을 이뤘다는 무의식적인 착각을 하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길 확률이 낮아진다는 TED 강연이 떠올랐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생산성 툴에 몰두하게 된 것은 현재의 문제 상황을 탈피하고자 하는 나만의 접근 방식이었어요. 2008년부터 Evernote에 가입하고 이 툴을 잘 쓰는 사람들이 강연하는 컨퍼런스도 3번 참가했습니다. 8년간 생각을 적었는데 갯수는 7,000여개에 달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아이디어를 적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PC가 망가져도 콘텐츠는 웹에 남아 있을 거란 생각에 든든하기도 했고요. 계획은 지키지 않더라도 Plan B까지 빽빽하게 채우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며 더욱더 열의를 가졌습니다. 꼼꼼하다는 주변의 칭찬도 한몫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나아진 것이 없었어요. 생산성 툴을 사용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떨어졌죠. 세세한 계획은 행동을 미루게 만들었고 계획이 틀어지면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됐습니다. 노트는 점점 많아져 Evernote와 Drive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Output은 없었어요. 글이 많을수록 정리할 때마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서야 진정한 생산성이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시간을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생산 시간으로 나만의 재화를 만드는 시간입니다. 자신이 익힌 기술과 정보로 유의미한 것을 생산해냅니다. 결과물의 형태나 사람들에게 공개 여부 등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자신이 기술을 익히고 정보를 모은 목적이 그 안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구를 제작하기 위해 나무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재료를 구입했다면 책상이 완성될 때 목적이 달성되고 생산이 완료됩니다. 생산적인 시간은 삶의 동기를 부여하고 나도 사회적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죠.


두 번째는 소비 시간입니다. 인간은 항상 생산적인 활동만 할 수 없습니다. TV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을 읽을 수 있죠. 이렇게 타인의 생산물을 소비하는 시간은 생산자가 생산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원동력을 제공하고 소비 시간이 가져오는 즐거움과 자유로움은 자신 스스로가 생산적인 시간을 견디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소비적인 시간도 꼭 필요해요.


이 두 가지 패턴은 종류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의 결과가 목적에 부합하는가에 달렸습니다. 시간을 보내고 얻는 적절한 결과물이 있다면 생산, 없다면 소비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Bad Case


 저는 여러 가지 툴을 사용하는 시간을 생산적이라고 여겼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는데 계획하고 정보를 얻어 실행해 옮기면 그대로 생산적인 시간에 속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획은 소비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결국 끝끝내 전구를 발명되지 않았다면 에디슨의 그 무수히 많은 실험도 소비가 됩니다. 냉정하지만 시간은 결과 지향적집니다.



Good Case

그래서 우리는 생산성 툴을 늘려가며 방법론에 집중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결과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하며 진취적으로 행동해야 해요. 더 많은 도구는 더 많은 고민을 불러옵니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결과의 도착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이 평소에 고민이 많은 타입이고 신중하다고 생각한다면 툴 사용은 과감히 버리고 결과에 집중해보세요. 그런 사람에게 툴은 행동 보류를 통해 안정감을 주는 용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런 케이스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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