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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Aug 25. 2020

에스프레소를 애쓰지마소로 외우는 중

봉여사 인터뷰


봉여사 둘째 손녀 엘리스가 그녀에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코리나로 인한 사이버  대학 강의 숙제라고 했다. 엘리스는 수첩을 들고 까만 눈을 빛내며 봉여사에게 질문을 했다.


-여사님의 이름과 나이를 말해주세요

봉말자, 나이는 74살

너거랑 살고 있다아이가.


- 자녀는 어떻게 되십니까?

2남 1녀. 너거 고모는 안낳을라꼬 뗄라고 갔는데 병원비가 없어 낳았다 아이가. 그때 잘했제. 쪼매만 잘 살았시모 너거 고모는 없는기라.

(이때 앨리스가 푸욱 웃었다)


- 고향과 어린 시절은?

산청에서 자랐는데 고성으로 이사 왔고, 그해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는 바램에 내는 천덕꾸러기, 니는 천덕꾸러기가 뭔 말인 줄 아나?

(엘리스 안다고 대답함)

천덕꾸러기는 밥도 겨우 얻어묵었다. 한마디로 사는기 눈치 보이는 그런 기라. 계모가 들어와서 아를 여섯이나 낳았은께 내가 천덕꾸러기제.

가난한 집에 엄마도 없은게, 그기 천덕꾸러기제.

(엘리스 와, 할머니 신데렐라랑 똑같은 처지였네)


- 할아버지랑 결혼하게 된 배경은?

아는 친척이 너거 할아버지랑 결혼 하모 밥을 안 굶는다 해서 왔제. 상견례 할 때 못 듣고 말을 못헌다는 말을 안 했는데... 시집와서 본께 너거 할배가 말을 못 하는 기라. 내가 엄청 울었제.

내는 글을 모리제, 너거 할배는 글로 적는데 내가 못 알아묵제. 성질이 나니게 막 때려부샤고... 그래 너거 할배가 수화를 해서 내가 수화를 안 배웠나?

저눔의 영감탱이, 그때 내가 버리고 갈라 캤는데

딱 한 달 만에 너거 아배가 들어서는 바람에...

내가 엄마 없이 컸는데 또 엄마 없는 자식을 맨들긋나 싶어 그냥 눌러 살았제.

저 영감탱이, 정나미 떨어진다.

(엘리스, ㅋㅋ 할머니 수화를 그래서 잘하는구나)


- 그래서 아이 셋을 키울 때, 기억에 남는 건?

할배가 양복 꼬무하게(느리디 느리게) 만들어서 결혼식 양복 만드느라 밤새고 애탄 거... 얼마나 꼬무하게 하는지 말도 못 헌다. 손님들은 재촉을 허고..

그라고 단칸방에 살았는데 너거 삼촌 고모들한테 공부하라는 말 한마디 안 했는데 다 공부 잘한거.

너거 삼촌은 착해서 설거지 담가 놓고 일하러 갖다오면 설거지 싹 해 놓고... 너거 아빠가 제일 애먹있다.(이때 빛나는 엘리스의 눈!)


-어떻게 애를 먹였나요?

고등학교 때 수업 도중에 그냥 학교를 나가삔기라. 그래 선생이 내를 불렀는데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학교 앞 정문을 못 찾아 삥삥 몇 바꾸를 안 돌았나.

학교 가서 데모하고... 너거 아배가 하여튼 제일 말썽꾸러기였다.

(엘리스, 그래도 지금은 큰 아들이랑 사십니다)

그랑게, 그기 어릴 때랑 커서랑 다른기라.

하여튼 너거 아빠가 제일 문제아였다.

내가 아빠체면때문에 더는 말을 못 헌다.



-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놀러 다니는 거.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처럼 많이 놀러 다니지를 못했거든. 남편이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다 보니 계도 맘대로 못하고.... 구경도 못해서 여행 댕기는 거 좋아헙니다.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저~~ 짜 멀리, 그 뭐씨고? 강원도 이란데..

할매가 아직 강원도는 많이 못가본기라.

(엘리스, 할머니 멀리면 해외는 가줘야지)

그란데 가서 우째...걸어댕기는것도 시원찮은디..


-제일 행복했을 때는?

너거 아빠 결혼했을때...

직장도 엉망이고 돈도 없는 집이라 누가 시집오것노? 했는데 너거 엄마가 시집와서 그기 제일 좋았고...너거 키울 때 그래도 좋았제. 할머니는 애들 키울 때 너무 입에 풀칠하는기 에러 버서 자식이삔줄 모리고 키왔는데 너거 키울때는 억시로 이뻤고 자식키우는 맛을 알았제.  칸방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갔을때. 첨 내집이라는거 가졌을때, 그때는 참...눈물이 다 나더만. 그집 하나 가지는것도 억수로 애가 많았다. 그 야그를 우째 다 하것노?

(엘리스, 그 때 집은 얼마에 샀나요? 1억2천 줬제?)


- 제일 맘 아팠을때는요?

너거 아플때... 특히 저거 큰놈 장이 안좋아서 병원에 입원 햇을때허고... 시동생 죽었을때. 그리 일찍   몰랐다. 내보다 나이도 어린기, 암이 걸리가 6개월도 안되서 죽었은께. 그기 좀 오래 살아야 내가 하소연도 허고 허는데, 시동생이 너무 빨리 죽었다 아이가. 그래도 말못허는 저그 행님이랑 살아준다고 맨날 내를 챙기줬는데, 나도 젊은데 그기 생각하모 가슴이 아프제.


-할머니 친구분은?

너거 다 안다아이가!

통영에 친구 구순이, 야는 고향 고치 친구. 내가 못 밥먹고 쫓기나서 저그 집에 오면 식은 보리밥일도 묵으라꼬 챙기줘가고. 지금껏 연락하고 안 사나? 가시나야 아들들이 엉망이라 지 사는기 엉망인기라.

그라고 팔팔동 할매, 그 할매는 의료기 친구고. 맨날 내한테 채소 갖다주는 할매거든. 할매가 손도 크고 마음씀씀이도 크고, 또 맥주할매. 맨날 맥주 한캔 이상을 묵어야 되는 할매.  그란데 의료기 가믄 할매 친구들 쎘다. 다 친구제.


-매일 의료기를 가십니까?

출근하듯끼 가제. 너거는 젊어서 학교가고 일하러가고 하지만 사람이 밖을 나가야제. 집에만 있으모 사람이 우울증도 오고 안되는 기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야제. 의료기 가면 할매들끼리 정보도 말허고 사는 이야기도 허고...

그라고 몸에 좋다는 족욕도 허고 ..오면서 시장도 봐오고 그렇기제. 내는 아무거나 덜컹 안사거든.

(엘리스, 지난번에 할머니 200주고 정수기 샀잖아)

그랑게 잘 쓰고 안있나?

사람이 그래도 너무 야박하게 암것도 안사고 하모 또 그랑기라. 돈도 한푼도 안내는데 몸에 좋다는거 사쓰는걸로 비용을 내니께.

(엘리스, 아 의료기 기회비용이다?)

몰라....인쟈 안산다.. 너거 아빠가 하도 지랄을 해서


-할머니 꿈은? 바라는 거?

너거 다 잘되는기고, 너거 엄마아빠 건강한기고.

아 또 한가지는 너거 할배가 내 앞에 가는거.

그래야 너거가 고생을 덜하지. 그거 외에는 없다.

*이상으로 봉여사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봉여사 애피소드>


가족이랑 나들이를 갖다 오다가 아빠가 물었다.

배고프나? 지금 밥먹으로 갈까?

엘리스가 말했다

so~so~

그러자 봉여사가 말했다.

뭐? 소? 소?

지금 소고기가 얼마나 비싼데?

식구 다가믄 100만원도 넘는다!

모두들 푸하하 웃고 말았다.

엘리스가 할머니에게 말해주었다.

할머니 쏘~쏘~는 별루, 그냥, 딱히... 이런뜻이라고 하자 봉여사는 놀래라 소묵으로 가자는 줄 알았네 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엘리스는 할머니를 놀라게 한 대가로 땡콩!




#봉여사는 청각장애인인 남편사이에 자녀3을 낳고 현재는 큰 아들네와 살고 있음(7인 식구)

7인 식구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며, 장어국, 물김치, 간장게장을 특히 잘하며, 요리에 관심이 많음

요즘은 미스토롯에게 마음을 뺏겨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를 잘 보지 않음.

손주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요즘은 존예도 아심


봉여사는 글을 모르나,

에스프레소를 애쓰지마소로 외우며 

소통하려고 노력중, 싼 물건 좋은 물건, 제철음식은 기가 막히게 찾아냄. 삶의 지혜를 몸으로 체득한 봉여사는 7식구중 가장 부지런함. 그래서 대신 며느리는 게으름.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마음이 좁으면

   같이 살 수 없다(백범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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