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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Apr 11. 2024

경험만큼 값진것은 없다.

중국생활-겁 많은 뚱바오

나는 태어나서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외국에 나가 본 적이 없다. 참 요즘 사람치고 나 같은 사람도 없을 듯싶다. 신혼여행을 갈 때 당연히 여행 패키지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내는 패키지는 싫고 단둘이 가자고 하였다. 편한 패키지가 있는데 왜 개인으로 가냐고 물었지만 아내는 완강하게 안된다고 하였고 그런 아내 의견에 따라 겁나지만 다녀온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물 안 개구리, 겁 많은 어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나를 잘 알기에 혼자 중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아내는 나보다 더 걱정을 했었다. 국제미아 되는 거 아니냐라는 둥 걱정반 놀림반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솔직히 난 중국에 와서도 가끔은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멍하기도 했었다.


정착 초기 한 2주 정도는 숙소하고 회사만 다녔고 주말이면 숙소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어찌나 답답했던지 아내는 숙소에만 있으면 더 외롭고 우울해지니까 좀 밖으로 나가 다녀보라고 반 강요를 하였었다.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우울감과 외로움이 평일보다 더 한 것은 맞다. 평일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뜨문뜨문 대화는 하고 지내지만 주말은 주위의 정막이 더욱 외로게 만든다. 그래서 한 번 용기를 내 보기로 하였다. 


우선 갈 만한 장소를 정하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가서 무엇을 먹을지 정하였다. 주문할 것도 종이에 썼다. 

내가 있는 곳은 상해와 항주 중간정도 되는 곳이고 갈 곳은 상해로 정했다. 맛집을 검색해서 백화점 안의 음식점을 선택하고 한국 반찬을 먹고 싶어 상해의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곳을 방문해서 몇 가지 살 계획을 세웠다. 교통편은 택시-고속열차-택시-지하철 이용하기로 하였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당일 아침 7시 숙소를 나섰다. 



택시를 타고 고속열차를 문안하게 타고 상해에 도착하였다. 별거 없네 여기도 한국과 대중교통은 비슷하고 다닐만 하네라고 내심 의기양양하였다. 이제는 이 넓은 역사를 벗어나 택시를 타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도대체 역을 빠져나가는 곳이 어디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이 역은 '홍차오'라는 역인데 공항과 고속열차 지하철이 함께 있는 곳이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이리가보고 저리가 보기를 무한 반복 하고 상점에 들어가 번역기를 보여주면서 물어보기를 수차례 하였다. 중국 지도앱을 켜고 가보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뿐이었다. 한 시간 반을 헤매고 나서는 "여기를 빠져나갈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집에 있을걸, 집 나와서 이 고생인가" 싶었다. 


마지막으로 역사 내에 직원에게 물어보고 알려준 길을 따라가서 어찌어찌 역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 택시만 부르면 되었다.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기다렸고 택시가 내 위치로 온 것이 앱으로 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택시가 안 보인다. 불길한 예감이 또 들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택시는 없었다. 그 와중에 전화가 왔다. 언어가 안되기 때문에 전화가 오면 안 되는 상황인데 전화는 계속 온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택시만 잡혀봐라 그 길로 집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메시지로 사진이 왔다. 자세히 보니 야외가 아니고 실내처럼 보였고 주위에 차도 많았다. 주차장이었다. 지나가는 중국사람 붙잡고 여기가 어디냐고 번역기로 물어보니 지하주차장이라고 한다. 나중에 들어보니 중국에서는 큰 대도시나 번잡한 곳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택시를 탈 수 없다고 한다. 


여하튼 고맙게도 나를 기다려준 택시를 탈 수 있었고 시간은 11시 30분이 다 되었다. 이곳 홍차오 역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0분이었으니 거의 두 시간을 이곳에서 혜메다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눈이 날려 춥고, 목마르고, 허기가 졌다. 가까스로 백화점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지도앱을 켜려고 하니 이젠 배터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충전기도 없었다. 오랫동안 폰으로 지도맵 보고 번역기 사용하느라 배터리가 다 된 것이었다. 우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서 로비 안내 데스크로 갔다. 안내하시는 분께 설명하였더니 휴대용 대여 배터리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것을 알려 주셨다. 



이제 첫 번째 장소에 도착한 것이었다. 주문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난 시간은 오후 2시가 되어 갔다. 아무래도 나머지 방문하려고 했던 곳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차역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였다. 하는 수 없이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첫 번째 지하철은 잘 탔고 두 번째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가운데 승강장을 두고 양쪽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어있는데 방향이 조금 헷갈렸다. 젊은 연인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 기다렸다가 타려는 찰나 그 젊은 연인은 나를 불러 세웠다. 그거 타면 안 되고 다음 열차를 타야 한다는 눈치였다. 시에시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다행히 다음열차를 타고 그 넓디넓고 나를 두 시간이나 혜매에게 만들었던 기차역으로 다시 올 수 있었다.


힘든 하루였다. 처음 가기 전에는 사진도 찍고 건물들도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시진은커녕 핸드폰만 쳐다보고 다닌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더 기가 막힌 건 회사동료에게 상해에 어렵게 다녀왔고 이곳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왔다고 하니 그 식당은 여기도 두 곳이나 있는데 거기까지 갔었냐고 했다. 속이 쓰렸지만 내가 간 곳은 이곳과 맛이 다를 거야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다.


이제 와서 생각이지만 다녀온 것은 백번 잘한 것이라 생각 든다. 그 이후로 상해를 한 번 더 갔었고 휴대용 보조 배터리를 구매하였으며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뭐든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달았다. 평소같이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이제는 중국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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