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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Mar 25. 2024

너무 아팠다, 사랑니

중국생활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주위에 건물이라고는 산업단지와 숙소 밖에 없고 시내로 나가야 병원이 있을 것 같은 동네다. 큰 병원으로 가려면 상해나 항주 정도는 가야 하는데 오고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못 믿어서가 아니고 솔직히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외국생활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내 몸이 아플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도 몸이 아프면 불편하고 힘든데 타지에서 아프면 가족이 옆에 있지도 않고 병원에서 말도 안 통하니 정확하게 의사 전달이 될지 걱정이고 처방약이 한국과 달라 내 몸에 맞을지도 걱정이 된다. 


지금까지는 잘 관리해서 크게 아픈 곳 없이 지내 왔는데 며칠 전 잠을 자다가 새벽에 치통이 와서 잠에서 깨었다. 새벽에 깰 정도니 많이 아파서 깬 것이었다. 일어나서 양치를 세네 번 하고 손을 넣어 이리저리 만져봐도 치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양치를 할 때마다 피가 계속 나왔다. 사랑니가 살을 뚫고 나오는 건지 아니면 썩어서 아픈 건지 모르겠고 확 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몇 시가 쯤인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동트기 전에 잠이 든 것 같다.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서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해보니 평소처럼 입이 움직이지 않고 뭔가 불편했다. 거울을 보니 오른쪽 아래턱 쪽이 부어있었다. 아마도 잇몸이 부은 것 같다. 양치를 하면 역시나 피가 계속 나왔고 잇몸에 칫솔이 닿을 때마다 무척이나 아팠다.


급한 데로 한국에서 가져온 타이레놀을 우선 먹고 출근을 했다. 아침에 한 알 오후에 한 알을 먹어도 별 차도가 없었다. 한국 같았으면 하루 연차 내고 동네 병원으로 바로 달려갔을 텐데 병원을 가려니 이것저것 생각이 먼저 들었다. 통역, 회사보고, 어디의 어떤 병원이 좋은지... 복잡했다. 


버텨보기로 했다. 이달 말 주말부터 다음 달 초 일주일 휴가를 내고 한국에 다녀올 계획이었으니 가서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하루 이틀 지나니 부었던 잇몸은 조금 가라앉았는데 치통은 이었다 없었다가 반복되었다.



평소 운동을 하고 술을 자제해서 몸관리를 하고 있었다.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랐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치아가 말썽이다. 몸이 아프니 한국생각이 더 났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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