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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Mar 12. 2024

나의 반려 식물

중국생활

인생의 동반자. 나의 반려 동무. 아내는 지금 한국에서 세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젠 개학을 해서 조금 시간이 있으려나. 

결혼하고 아이 낳기 전 신혼의 달달한 느낌이 났고 그 후로는 현실적으로 애틋한 느낌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의리로 살고 있고 해야 하나.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나의 아내와 떨어져 생활을 하다 보니 외롭고 허전하다. 가끔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없으니 더 그렇다.

나중에 이 글을 읽고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의 글이니 내 생각대로 쓰겠다. 


"가족은 같이 안 가요?" 

"네. 혼자 갑니다."

이곳에 오기 전 이렇게 묻고 답해주던 중년의 남자들은 대부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왜 안 그러겠나. 술 먹고 들어가면 잔소리, 애들하고 놀아주지 않으면 잔소리, 카드값 많이 나오면 잔소리, 펑크 난 양말 신으면 잔소리 무수히 많은 잔소리를 피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이 있으니 부러워할 만도 하다.


현실은 다르네


그렇다. 현실은 다르다.

잔소리 없이 혼자 생활해서 편한 것도 잠시. 아이 셋 하고 놀아주지 않아 육체적으로 덜 힘든 것도 잠시.

누가 와서 말을 걸어주길 바라는 나의 모습이 점점 심해지고, 사람 많은 곳을 별로 가지 않던 내가 일부러 시내를 찾아 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에서 외롭고 허전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간이란 간사하게도 현실에 적응하며, 불편한 것에 민감해서 바로 드러나는가 보다.


반려 식물.


나의 반려가 되어준 너.


소제목을 보면 꼭 이곳에서 딴살림이라도 차린 줄.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책도 읽고, 언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나의 아내를 대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뭔가를 더 찾아야겠다고 생각 끝에 식물을 키워 보기로 하였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대충 주변 흙을 퍼다가 심어 놓았다. 어디서 봤다고 계란 껍데기를 부시고, 음식물 말려서 부셔서 흙속에 넣어 주었다. 그래도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퇴비라고 넣어 주었다.

출근할 때 베란다에 내놓고, 퇴근하면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추위에 떨까 새벽에는 비닐로 덮어 주기도 하면서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이 보잘것없는 식물, 아직 자라지도 않은 식물이 뭐라고 퇴근하면 먼저 보게 된다. 사람은 아니지만 이 식물도 살아 숨쉬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살아 숨 쉬고 있고 잘 돌봐 주려는 나의 행동에 위안을 삶고 있다. 평생 키워 본 거라고는 우리 아이 셋이다. 식물도 키워 봤지만 매번 시들시들 해지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오피스텔에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또 시들해질게 걱정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일부러 밖에 놔두었다가 가지고 들어온다. 이틀이라도 햇빛이 좀 많이 받고 잘 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근하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이놈한테 지금 상황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가 되어주는 것들을 키우고 있다.

생각해 보면 그것들이 말을 못 할 뿐 살아 숨 쉬는 것들이다. 생명을 가지고 있음으로 더욱 바라보게 되고 돌봐주고 가꾸려고 한다.

왜?.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봐 주고, 내가 위로를 받고 있으니까 정성껏 돌봐 준다.


멀리 있지만 나의 아내가 오늘따라 더 생각난다. 실수 투성이 남편이지만 가끔 맥주 한잔 하면서 속에 있는 말을 하기도 하고, 애들 키우는 애기도 같이 들어주고 했었던 날들이 가끔 생각난다.

나중에는 추억이 될 지금 이 시간을 더욱 소중히 보내려고 한다.

나를 위해서 나의 반려 식물과 함께.... 


조만간 AI와 대화 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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