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라톤 대회.
지난주 토요일 브런치 글 발행을 못 했다. 못 했다기보다는 일요일이 마라톤 대회가 있었고 풀코스를 달리고 난 후 글을 쓰고 싶어서 한 주 미뤘다. 평소 조깅을 하다가 마라톤 대회준비를 한 지 6개월이다. 이 날이 올까 했는데 오고야 말았다. 그간 마라톤 대회를 일 년에 한두 번은 참가하여서 떨리고 긴장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다가오니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내 자신이 느낄 정도였다. 한 번도 달려본 적 없는 42.195킬로 대회를 앞두고 걱정이 많이되었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좋아야 했다. 대회 전 날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대회 날 아침 식사, 달리면서 중간중간 먹을 것을 챙겼다. 무엇보다 컨디션 조절하는데 많은 신경을 쓴 것 같다.
춘천마라톤은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회인 만큼 각 지역의 지정된 장소에 모여서 관광버스를 이용하였다. 아침 6시까지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아침으로 가볍게 곰국에 밥을 말아서 먹고 사당역에 도착하니 마라톤 참가 버스와 참가자들이 길게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니 조금 실감이 나기도 했다. 정확히 6시 출발해서 7시 반에 춘천에 도착했다. 버스를 내려서 처음 보이는 광경에 한 번 놀랐고 5분 거리의 집결지 인파를 보고 두 번 놀랬다.
달릴 때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날씨가 쌀쌀해서 준비해 간 우의를 입고 사람구경도 하고 스트레칭과 짧은 거리를 가볍게 달리면서 몸을 풀었다. 약 20000명 이상이 참가한 큰 대회만큼 운영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느껴진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부터 젊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다. 50초인 나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게 느껴졌다. 연인, 가족, 싱글, 동호회 등 삼삼오오 모여 대회전 긴장감을 풀어보려든 듯 농담도 하고 대회 끝나면 뭐 할지 많은 이야기들이 들린다. 이색적인 복장을 한 사람들도 많아서 집결지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9시 정각 그룹별 출발시간에 맞춰 대회가 시작되었다. 내가 속한 그룹은 F그룹, 풀코스 대회기록이 없는 그룹이다. 한 마디로 첫 풀코스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이 아닌 완주가 목표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자, 걸어서라도 들어가자, 제한시간 안에만 들어가자'를 다짐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다.
F그룹 출발 신호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출발선을 지났다. 5시간 페메(페이스 메이커) 풍선이 보였다. '저 풍선을 따라가면 5시간 안에는 들어가겠지.', 아니야 '과거 대회 때도 페메 따라 달렸다가 기절할 뻔했는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달리는 것에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자신이 평소 충분히 연습을 했다는 전제다. 만약 연습량이 부족한데 무턱대로 쫓아 달렸다가는 큰코다친다. 그래도 달리는 페이스를 확인하니 평소 장거리 연습한 속도와 비슷한 것을 확인하고 따라서 달려보기로 했다. 하얀 풍선에 쓰여있는 5:00을 따라서 뛰다 보니 풍선아래 자그마한 체구의 페메를 볼 수 있었다. 세네 걸음 뒤에서 본 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여성분이셨다. 옆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듣고는 한 번 더 놀랐다. 나이가 70에 얼마 전 칠순잔치를 하셨다고 하신다. 달리기를 하신 지는 20년이 넘으셨다고 하신다. 작은 체구의 몸과 연세로 젊은 우리의 페메를 하시는 모습을 보니 선 듯 이해가 안 가면서도 꾸준히 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는 것 같아 대단함을 느꼈다.
5킬로, 10킬로 더딜 것만 같았던 거리는 어느덧 절반을 지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디딜 때마다 무릎과 발목 허벅지가 괜찮은지 집중하면서 달렸다. 21킬로를 지나면서 주위에 하나둘 걷는 사람, 쥐가 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 한 젊은 사람은 엠뷸런스 옆에 누워서 간호사의 진찰을 받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경련이 일었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라톤 완주도 좋지만 다치지 말고 무사히 대회를 마치는 것이 좋다. 달리다 보면 욕심이 앞서게 되고 자신의 몸이 아픈지 힘든 건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도 걱정이 된다. 완주를 목표로 달리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다짐했었다. 막상 그 상황이 오면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달리면서 내 몸 상태에 더 신경을 썼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달렸다.
30킬로 지점을 지났다. 많은 러너들이 이 지점을 잘 넘기는지 그렇지 못하는지에 따라 기록 또는 완주가 판가름 난다고 했다. 직접 30킬로를 지나 보니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실감이 났다. 춘천마라톤의 30킬로 지점은 특히 오르막이 심하다. 너무 가혹한 것 같다. 이만큼 달렸으면 조금 쉬운 코스를 선택해 줘도 좋았으련만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가려내기라도 하듯 힘든 길이었다. 지난여름 무더위에 연습한 것만 생각했다. 더위에 장거리 연습을 하면서 힘들었던 생각, 뜨거운 햇빛 아래서 달렸던 느낌을 생각하며 부디 잘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르막을 달렸다.
30킬로와는 또 다른 35킬로 지점이다. 이제부터는 내 팔과 다리의 느낌이 별로 없다. 한 마디로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이다. 평소 마라톤 영상을 보면서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봐둔 게 생각났다. 일명'팔 치기'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두 팔을 앞뒤로 크게 움직이면 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있는 힘껏 팔을 움직였고 효과가 있었다. 시내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이 응원을 해주었다. 응원에 답을 하려면 팔이라도 흔들어 줘야 하는데 팔이 안 올라간다. 이름 모를 어떤 아주머니는 초콜릿을 주셨고, 어떤 할머니는 귤을 까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 1킬로 표지판이 보였다. 1킬로가 까마득하다. 오직 피니시 라인만 보이길 바라면서 달렸다. 목이 빠져라 앞을 쳐다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다 왔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피니시 라인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내 디디며 제발 끝이 나길 생각하는 순간 저 멀리 끝이 보였다. '아 이제 이 길었던 42.195가 끝나는 건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달려보려고 해도 몸은 생각과 달리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끝을 보고야 말았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물론 같이 오지는 못 해서 없었지만 보고 싶은 생각에 결승점에 없는 가족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찾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을 하지 못했던 첫 풀코스 마라톤 대회는 이렇게 완주를 하고 끝났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어떻게 완주를 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했어도 최장거리는 30킬로였다. 그 이후는 컨디션에 맡기기로 했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무엇을 잘해서 완주했다기보다는 함께여서 완주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순 잔치를 하신 페이스메이커,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달리던 중년의 아저씨들, 휠체어를 밀며 달리던 분, 시각장애 아들을 둔 아빠가 아들의 손에 끈을 묶고 뛰던 모습 이런 분들과 함께 달려서 완주를 할 수 있었다. 춘천마라톤은 오랜 역사를 가진 대회로 춘천시민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회인 것 같다. 그만큼 시민들의 참여와 응원도 완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서 마라톤 풀코스 대회 참가를 하게 되었다. 달리고 난 후 개운함과 활력을 얻었다.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늘려나가서 부상 없이 연습을 이어갈 수 있었다. 대회 참가를 해서 함께 달렸던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을 보고 서로 응원하면 달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앞으로도 달리기는 계속되고 또 무엇을 얻을지 기대가 된다.
그동안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