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수영, 태권도, 스케이트, 탁구, 농구, 축구 등 어려서부터 좋아했다. 어떤 운동은 센터에서 배운 것도 있고 어떤 운동은 잘 하는 사람을 따라 하기도 하고,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해 보면서 능력이 향상된 운동도 있다. 수영은 2년 정도 센터에서 배웠는데 처음 배우면서 잘하면 등급이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봐야 초급 중급 고급 단계를 시간이 지나면 올라가는 방식 이었다. 요즘은 축구나 농구도 학원에서 배우던데 예전에는 학원이 없었고 하고 싶으면 알아서 배우고 익혀야 했다. 정강이에 멍도 들고 다리를 다쳐서 깁스도 해 가면서 배워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시합을 해서 기량을 뽐내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 중년이 되어 운동하는 달리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한두 달 배워서 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늘고는 있는데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20,30대 보다 향상되는 속도는 다르겠지만 제대로 한지 약 1년여 동안을 돌아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첫째 심폐능력. 마라톤은 오래 멀리 달리는 운동이다. 오래 달려도 숨이 넘어갈 정도가 되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달리면 되지'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달려보면 10분만 달려도 숨이 차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람들이 많다. 심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참 교과석적인 말이긴 하다. 그런데 마라톤만큼 이 교과서적인 말이 와닿는 운동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30분, 1시간, 2시간, 3시간을 버틸 수 있는 심폐기능을 갖으려면 단 기간 운동 강도를 높인다고 될게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체력. 오래 멀리 달리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 받힘 되어야 한다. 마라톤을 어느 정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숨은 안 차는데 다리가 안 움직인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은 나도 몸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20킬로를 지나 30킬로를 넘어가면 팔다리가 붙어있는지, 움직이고는 있는지 모를 만큼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리로는 뛰라고 하는데 몸은 허우적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태가 오는 시점을 최대한 늦게 오게 하기 위해서는 페이스 조절이 답이다. 초반 대회 분위기에 휩싸여 기분이 업되서 오버페이스를 하면 그 대회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 10킬로, 하프 모두 해당된다.
셋째 부상.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 향상으로 답답함과 조급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강도 연습을 많이 한다. 운동화도 최신 땡땡 운동화를 착용한다. 선수들이 하는 연습 수준과 연습량을 따라 하다가 부상을 입기 쉽다. 마음이 앞선 고강도연습과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운동화는 부상의 결과를 낳게 된다. 한 번 부상을 입으면 회복하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연스럽게 달리기와 멀어지게 된다. 문제는 부상에서 회복이 된다고 해도 서서히 늘어났던 달리기 실력은 부상 전 실력으로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완만한 곡선으로 떨어진 능력은 다시 완만한 상승곡선으로 향상되기 때문이다.
나는 위에 열거한 세 가지를 얼마나 슬기롭게 다스리는가에 따라 꾸준히 그리고 달리기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대회를 앞두고는 조급해지는 마음이 들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몇 킬로를 달리던 대회는 항상 긴장감을 불어온다. 크고 작은 대회를 10년 넘게 참가하고 있지만 억지로 되는 건 한 번도 없었다. 연습한 만큼 그리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는 나오게 돼있다.
대회를 1주일 앞두고 그동안 연습한 날들을 돌아보며 정리 하는 글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올린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 마라톤의 계절이다. 많은 러너들이 겸손한 마음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달리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