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대회까지 2주 남은 지금. 현실을 직시하자.

풀코스 마라톤

by 방성진

어떤 대회 또는 시험을 보기 위해 앞서해 보는 것이 선행이다. 선행 학습, 선행 연습. 한 마디로 미리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고 당일 당황하지 않으려고 하는 목적이 크다. 대학 시험, 공무원 시험 등 많은 시험을 앞두고 과거 기출문제, 유사 문제들을 많이 풀어본다. 제한 시간을 두고 시험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서 감을 익힌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내가 참가할 코스가 정해지면 최소한 유사한 거리는 달려보고 대회에 참가하는 게 좋다.


내가 처음 참가한 대회는 10킬로 코스였다. 요즘은 5킬로 코스도 있어서 가족 마라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암튼 10킬로 참가 신청을 해 놓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었다. 대부분 한 시간이면 달린다는 말에 최소한 40분이라도 쉬지 않고 달리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 시간이라는 말은 평균을 말하는 것이고 연습을 많이 한 사람에 해당된다는 것을 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 달린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하프 코스도 다르지 않았다. 6월~7월 즈음 이었것으로 기억된다. 선행 연습으로 1시간 반 정도를 달려보고 참가하였다. 이 정도면 될 줄 알고 참가하였지만 지옥을 맛보았다. 초여름 날씨에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걷고 뛰기를 반복하면서 완주는 하였으나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가서 병원신세를 졌었다.


마라톤은 정직하고 고지식한 운동이다. 연습 한 만큼만 결과가 나온다.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없다. 연습도 연습 나름이다. 연습시간을 투자해서 내 몸이 적응을 해야 한다. 가까스로 30킬로, 35킬로 한 두 번 달려봤다고 여유 부릴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그러지 못하면 항상 지옥을 경험한다. 쉽게 가거나 요행을 바랄 수 없다. 혹여나 반환점을 돌지 않고 기록 센서를 지나가지 않으면 실격이다. 달리다가 누가 도와줘도 실격이다. 정직하지만 참 고지식한 운동이다. 오직 혼자서 인내하고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서 충분히 적응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다.


이번 풀코스 마라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주를 앞둔 지금 심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래도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은 거리가 거리인 만큼 연습을 꾸준히 했다는 생각에서 조금이나마 기대를 해본다. 어디까지나 대회당일 어느 지점에서 퍼지는지가 관건이긴 하다. 어쩌면 '선행연습'이라는 말은 아직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꾸준히'라는 단어도 고작 반년 정도 바짝 연습한 나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현재 수준은 그날에 컨디션이나 날씨 등 환경에 크게 좌우될 만큼 충분하지 않다.


며칠 전 가족들과 한강에 갔다. 주로 동네에서 연습하다가 한강에 가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한강 주변을 달렸다. 다리를 건너서 멀리 보이는 다리까지 달려 보았다. 달리다가 잠시 쉬면서 생각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연습 한 만큼만 달리자. 그 이후는 그날의 내 몸 상태에 맡기자. 더 욕심내면 과욕이다.'라고 혼자 생각했다. 한 결 편해졌다. 돌아서 달려가는 길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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