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새벽 달리기

겨울 달리기

by 방성진

이제는 새벽 운동을 나가면 얼굴과 손이 차갑다. 옷은 운동복을 입고 출근 복장을 가방에 넣어서 나오면 느껴지는 온도가 이제는 제법 쌀쌀하다. 며칠 전에는 반바지를 입고 나오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집으로 들어가 긴 바지로 바꿔 입기도 했다. 운동장에 도착하면 차에서 내리는데 다시 한번 움찔한다. 내 몸은 나가기 싫은 모양이다.


겨울 달리기는 여름보다 준비운동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제자리에서 스트레칭은 물론 가볍게 짧은 거리를 천천히 달려주고 본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추운 온도에 근육과 관절이 경직된 상태로 바로 달리기를 하면 분명히 무리가 오고 누적되면 부상으로 이어진다. 지난겨울 마라톤 연습을 한다고 마음만 급해서 준비운동 없이 달렸다가 찌릿한 경험을 한 기억이 난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요즘 옷 입기가 애매하기도 하다. 반팔, 반바지, 장갑, 모자 다 착용하기에는 버겁기도 하다. 다만 새벽에 달릴 때는 얇은 장갑과 긴바지 정도는 입고 달린다. 아무리 추워도 10분 정도 달리면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하고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땀이 흐른다. 장갑은 달리기 초반에는 보온효과도 있고 어느 정도 달릴 면 땀을 닦을 수 있어서 착용하는 게 좋다.


요즘 나는 장갑을 끼고 준비운동을 한 후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시간은 새벽 5시 벌써 운동을 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제법 보인다. 운동장 트랙에는 라인이 보일 듯 말 듯할 정도로 낙엽이 수북하다.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다닌 낙엽은 한 곳에 쌓여 있기도 해서 밟으면 약간 푹신한 느낌마저 든다. 알록달록한 낙엽이 빨간 트랙과 어우러져 보인다.


풀코스 마라톤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다. 대회 직후 이삼일은 뻐근한 다리와 여기저기 쑤셨던 몸이 이제는 조금 풀어졌다. 대회 전 연습 할 때는 긴장한 탓이었는지 추위를 잘 못 느꼈는데 대회를 마치고 나니 추위가 더 느껴지는 것 같다. 큰 숙제를 한 것 같은 기분으로 편안하게 달리니 여유가 생겼다. 낙엽도 보이고 찬 바람도 느낀다.


새벽 달리기는 항상 기분이 상쾌하다. 더우면 더운 데로 추우면 추운 데로 느낌이 좋다. 회사, 집에서 걱정거리가 있어도 이 시간만큼은 그렇다. 오로지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 숨소리, 발 딛는 소리, 무릎과 발목의 움직임으로 어느덧 땀이 나기 시작한다. 땀은 내 몸과 생각을 편안하게 해 준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운동화를 샀다.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시작했었다. 눈이 내린 날이면 살얼음이 얼은 곳이 미끄럽고 두꺼운 장갑과 모자를 쓰고 시작했던 그 마음으로 올 겨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묵묵히 하루하루 즐겁게 달리고 싶다.



이전 16화(16) 함께 달리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