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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나를 통해 세상을 읽는다

감정은 개인의 언어가 아니라, 사회가 우리에게 남긴 문장이다

by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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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세상을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내 안의 미세한 감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 사이의 불편함, 관계 속의 침묵, 말하지 못한 생각들이 결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나의 버릇은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 세대가 물려준 생존의 기술이었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역할의 부담, 나이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좋은 사람’의 강박 역시 사회가 길러낸 습관이었다.

나는 내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란 사실이 두렵기도 하고, 동시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처음엔 이런 감정을 글로 남기는 일이 어색했다.

하지만 쓰는 동안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안의 혼란을 밖으로 꺼내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무질서했던 감정에 문장을 붙이는 순간, 나는 내 삶을 조금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 글들을 쓰게 되었다.


이 브런치북 『내 안의 사회를 기록하다』는 한 사람의 감정을 통해 사회를 비추는 기록이다.

눈치와 불안, 체면과 책임, 이해받지 못한 자유 같은 감정들이

사실은 우리가 속한 사회의 언어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의 감정을 해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시대’가 드러난다.


그 깨달음 이후 나는 조금 다른 눈으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불편한 대화 속에서, 거리의 풍경 속에서, 뉴스의 문장 속에서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마음이 겹쳐 보였다.

누군가의 무표정 속에도 두려움이 있고, 타인의 무심함 속에도 사소한 상처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곧 ‘글쓰기’라는 형태가 되었다.


나는 거창한 진단을 내리려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나의 불안과 눈치, 죄책감과 체념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그 감정들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사회적 맥락에 기대어 있는지를 조용히 탐구하고 싶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를 관찰하고, 동시에 세상을 관찰한다.

개인의 사소한 감정이 사회의 단면을 비추고,

그 사회의 구조가 다시 개인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순환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우리’를 배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의 감정 속에서 사회의 단서를 발견하길 바란다.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읽고, 각자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는 일 -

그것이 이 시대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시작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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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