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왜 이렇게 쉽게 화가 나는가

알수록 피로해지는 감정에 대하여

by 지나
ChatGPT Image 2026년 1월 13일 오후 01_16_54.png 밤에 불 꺼진 공간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


어느 날부터인가 뉴스를 보다 말고 화면을 끄는 일이 잦아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날의 상태가 그렇다는 쪽에 가깝다. 화면을 끈 뒤에도 한동안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보았는지는 금세 흐려지는데, 그때의 기분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가 이어질 때가 많아졌다.


요즘 사회는 알수록 마음이 복잡해진다. 예전에는 몰라도 지나갈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부정, 제도의 허점, 반복되는 비슷한 사건들. 하나를 이해하면 또 다른 장면이 이어진다. 알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감각이 남는다. 몰랐던 시절의 평온함을 다시 선택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일부러 외면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다. 잠시 눈을 돌린다고 해서 문제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개인의 삶으로 흘러 들어온다. 멀리 있는 사건처럼 보였던 문제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활의 조건이 되고, 선택의 범위가 된다. 결국 다시 돌아와 마주하게 된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알고 있는 편이 낫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된다.


알고 나면 감정이 남는다. 그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하루 이틀 지나면 옅어질 줄 알았던 기분이, 새로운 사건을 만날 때마다 다시 불려 나온다. 해결되지 않은 채로 쌓인 감정은 어느 순간부터 피로와 섞인다. 화가 나는 것인지, 지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들이 늘어난다.


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말은 그래서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고, 어떤 정보가 왜곡되었는지 가려내고, 침묵이 방관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감정이 먼저 반응한 뒤에, 그 이유를 차분히 따라가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은 점점 쉽게 소진된다.


이 사회의 감정은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누군가는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며 마음이 흔들리고, 또 누군가는 편향된 정보 속에서 자신을 피해자라고 느낀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상태가 만들어진다. 각자의 감정은 정당하다고 느껴지고, 타인의 감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남는다. 그 사이에서 감정들은 서로를 스치며 겹쳐진다.


감정의 속도가 빨라진 사회에서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자주 생략된다. 말이 먼저 나오고, 맥락은 뒤늦게 따라온다. 누군가를 향한 문장은 빠르게 퍼지지만, 복잡한 설명은 끝까지 읽히지 않는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그 반응은 또 다른 반응을 부른다. 그렇게 감정은 서로를 밀어 올리며 커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분노는 종종 방향을 잃은 채로 남는다. 무엇을 바꾸기 위해 쓰이기보다는, 소모된 뒤 피로만 남긴다. 감정을 쏟아낸 뒤에 오히려 더 지치는 이유는, 그 마음이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흩어지기 때문이다. 감정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단단해지는 느낌보다는, 감당해야 할 마음의 무게가 늘어난다는 감각이 앞선다.


그럼에도 이 감정을 완전히 밀어내고 싶지는 않다. 감정은 여전히 부당함을 감지하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상태보다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쪽이 사회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붙잡고,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지는 여전히 어렵다.


요즘 나는 감정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속도를 늦추려고 한다. 바로 반응하기보다, 이 상태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잠시 들여다본다. 당장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든 감정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으니까. 때로는 마음을 그대로 둔 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사회가 이렇게 쉽게 화가 나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은 책임을 개인에게 맡겨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각자가 판단하고, 각자가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마음은 점점 거칠어진다. 그 안에서 우리는 계속 묻게 된다. 이 감정을 어디까지 품고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태로 남겨두고 싶은지.

이 질문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다음 글에서도 다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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