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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옥찬 Oct 26. 2023

몸으로 느끼는 중년

중년은 아프다

AI 생성 이미지

내가 20~30대 중년이 되기 전에는, 청년의 시기와 중년의 시기가 뭐가 다를까 싶었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들이 웃으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할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겠지 싶었다. 나이만 들었지 다를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았다. 내 경우에는 말이다. 몸으로 고통을 느꼈으니 말이다. 이상하리만큼 중년부터 몸의 이곳저곳 아픈 데가 많아졌다.      


청년의 시기인 20대 넘어 30대까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몸의 변화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보통 현대인들의 삶처럼 특히,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처럼 나도 분주하고 바쁘게 지냈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았다. 몸에 심한 상처가 나거나, 특별하게 아프지 않은 이상은 병원에 갈 일도 별로 없었다. 도시에서 분주하고 바쁘게 살다 보면 시간을 내서 병원에 가는 것도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20~30대에는 건강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인생의 선배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들이 내 삶에도 일어났다. 나이가 들면 아프다. 마음이 아픈 것보다 실제 몸이 아프다고 말이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몸의 노화 때문이다. 중년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이 40 넘어갈 때, 50 넘어갈 때, 60 넘어갈 때... 나이의 앞 자릿수가 바뀔 때마다 이전과 다른 몸을 느낀다고 했다. 생물학적으로 비슷한 삶의 궤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중년 이전까지는 신체의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인생 선배들의 말이 진짜일까 싶었다. 내가 20대에도 운동을 좋아하는 뭇 남자들처럼 강한 체력은 아니었기 때문에 몸의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몸을 쓰는 일보다는 주로 앉아서 머리를 쓰는 일을 했기 때문에 육체적 힘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게다가 도시의 일상이 스트레스였고 피곤했으니 말이다.      


중년 전까지는 그렇게 그렇게 큰 병 없이 잘 지냈다. 특별하게 건강 관리를 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하더라도 죽을 사람은 죽더라'라는 쫄리는 내 마음을 감추는 우스갯소리로 건강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내 게으름을 두둔했다. 그런데 중년을 시작하는 40대가 넘어가면서 크게 아파 버렸다. 진짜 많이 아팠다. 어느 날 갑자기 열이 났다. 당연히 감기인 줄 알고 병원을 다녔다. 의사도 그런가보다 했다. 그래도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갔다. 그랬더니 의사가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순간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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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다가 40도 가까이 고열이 나는 이유가 있었다. 간에 고름이 생겼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간농양이라고 했다. 간농양이 내 몸을 지배해서 한 달여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다 보니 평상시 하던 일들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내 일상이 멈춰버렸다. 이렇게 내 중년의 시작은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었다.      


중년이 되니 몸의 아픈 데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몸이 이전부터 아팠을 것이다. 다만, 내가 분주하고 바쁜 삶을 살다 보니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내 몸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서운함을 더 큰 고통으로 알려주는 것 같다. 이제 중년이니 몸을 좀 돌봐주라고 말이다. 심리상담사로서 마음만을 다루지 않고 몸을 다루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몸과 마음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나'이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사 최옥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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