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따 비치 서핑, 꾸따 지역 관광
발리 여행 첫 4일간 묵었던 더 베네 호텔. 발리에 온 첫 번째 목적은 서핑이었으므로, 무조건 꾸따 비치랑 가까운 쪽으로 숙소를 예약했다. 더 베네 호텔은 큰 길가에 있지 않고 골목 안에 있어서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큰 길가에 있는 숙소들이 가격대가 더 있어서 이 호텔로 예약한 것이었는데, 며칠 지내다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꾸따는 서핑과 나이트라이프로 유명한 지역인데, 큰 길가에 숙소를 잡을 경우 새벽에도 많은 교통량과 취객들 때문에 시끄러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행히 이 호텔은 골목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서, 바깥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첫째 날 취한 외국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수영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잠에서 깼지만, 저녁 9시 이후에 수영장을 닫는 방침이 있기에 직원이 금방 와서 제지하였다)
Wifi 속도도 그럭저럭 괜찮았고, 호텔이 큰 편이 아니라서 사람이 그다지 붐비지도 않았다. 조식은 그냥 평범한 편. 꾸따 비치까지 걸어서 3분 정도 위치이면서 조용한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발리에 온 가장 큰 목적인 서핑을 하기 위해 꾸따 비치로 향했다. 마침 친한 언니가 바로 전 주에 서핑하러 발리를 다녀왔기에, 언니가 소개해준 서핑 강사에게 강습을 예약했다. 꾸따 비치 근처에는 서핑 스쿨이 엄청나게 많아서 미리 예약하지 않고 현지에서 바로 예약해도 괜찮다고 한다. 호텔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서핑 스쿨도 있었다.
우리의 강사 Wayan은 서핑 강사 15년 차의 베테랑 강사로, 가족이나 친척들도 다들 서핑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종의 가업 같은 느낌이었다. 영어와 한국어 단어를 적절히 섞어가며 이해가 쏙쏙 가게 잘 설명해줘서 알아듣기가 매우 쉬웠다.
저질 체력을 가진 나는 발리 오기 전부터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서핑 배우러 발리 간다고 큰소리쳐놓고 단 1번도 일어서지 못한 채 포기하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 서핑 보드와 래시가드를 대여받고 비치에서 기본 교육을 시작했는데, 기본 교육을 하면서부터 벌써 힘에 벅차기 시작했다. 평소에 요가나 필라테스 할 때도 기립근이 약해서 기립근을 쓰는 동작을 잘 못 했는데, 서핑도 기립근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었던 것이다. 기립근으로 상체를 들고 패들링을 하다가, 푸시업, 플랭크, 런지, 스쿼트를 순서대로 빠르게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뭍에서 연습하는데도 반복하다 보니 팔다리가 후들거렸고,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지친 기분이었다. 지난 밤 늦게 발리에 도착해서 잠을 몇 시간 못 잔 탓도 있으리라고 애써 위로하며 열심히 자세를 연습했다.
3-40분 정도 자세 연습을 하고 바로 파도를 타러 바다로 들어갔는데, 이게 또 바다로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서핑 보드를 들고 파도를 거슬러서 들어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쓸데없는 힘을 굉장히 많이 뺐다. 가끔 센 파도가 올 때 보드를 잘못 핸들링해서 얼굴에 얻어맞기도 했는데, 정말 아팠다. 파도가 올 때 보드가 뒤집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옆에 서있으라고 했는데, 실전에서 생각처럼 되지 않아 서핑보드와 한참 씨름을 했다.
드디어 라인업에 도착했고 Wayan이 골라주는 좋은 파도를, 알려주는 타이밍에 일어나니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탈만 한 것 같았다. 꾸따가 워낙 파도가 좋다고 하기는 한다. 게다가 쉴 새 없이 좋은 파도가 계속 몰려왔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끊임없이 계속 시도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3-4번 만에 일어서서 파도를 탈 수 있었고, 중심을 잡고 일어섰을 때 그 쾌감은 정말 최고였다!
또한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해변으로 나와 야자수 그늘 아래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파도가 몰려오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여기가 정말 천국이 아닐까 싶었다.
서핑을 마치고 숙소에 들렀다가, 근처에 있는 Beachwalk 쇼핑몰에 돈을 뽑으러 갔다(발리 도착한 지 십몇시간이 지나도록 빈털터리). 쇼핑몰 지하 1층에 가니 ATM이 여러 개 몰려있었다.
발리에서 EXK 카드가 잘 안된다는 정보를 찾고는, 비상용으로 지난 유럽 여행 때 만든 하나VIVA체크카드를 들고 갔는데, 다행히도 출금을 할 수 있었다. 한 ATM에서 출금이 안되면, 계속 그 기계를 붙잡고 있지 말고 다른 ATM을 시도해보라는 블로그 글을 보고 가서 여러 기계에 시도하다 보니 드디어 한 기계에서 돈을 뽑을 수 있었다.
당장 급한 돈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쇼핑몰 전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쇼핑몰은 매우 모던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꾸따에서 가장 잘 꾸며진 건물인 것 같다. H&M, Zara, Bershka 등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었고, 가격도 한국이랑 비슷했다. 식당이나 카페도 가격대가 꽤 있어서 이용하진 않았고, 지하 마트와 ATM을 이용하러 몇 번 더 방문했다.
첫 번째 먹은 음식은 나시 짬뿌르. 구글 맵스에서 근처 식당 중 별점이 높은 집을 찾아갔는데, 반찬을 보고 맘대로 고를 수 있어서 편했다. 반찬마다 가격이 달라서 다 고른 후 책정되는 시스템. 가격은 2천 원 후반대로 엄청 저렴했고, 여기서 먹은 망고 주스는 최고였다.
식당 찾아 삼만리 돌아다니다가 너무 배고파서 즉흥적으로 들어간 포르투갈 식당. 스테이크가 싸길래 포르투갈식 스테이크를 시켰다. 포르투갈 음식을 안 먹어봐서, 어떤 점이 포르투갈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 맛있었다! 스테이크 두 개에 맥주 두 잔 마시고 4만 원 정도 나왔고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다.
배불리 먹고 르기안 로드를 따라 돌아다니며 꾸따 시내를 구경했다. 방금 스테이크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핑을 해서 그런지 소화가 너무 잘돼서 계속 이것저것 사 먹으면서 시내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