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니 목련이 피는 것이 당연하고, 목련이 피었으면 목련 이야기를 옮겨야 하는 것이 나의 숙제이다. '오늘 아침'으로 옮겨온 것이 2019년 겨울부터니까, 00년, 01년, 02년, 03년, 그리고 04년에.. 목련을 썼다. 어떤 해에는 한 번이 아닌, 두어 번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후회한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알았으면 1년에 한 번만 쓸 걸 그랬다.
겨울부터 봄까지 목련을 관찰하곤 한다. 한겨울엔 도톰한 털옷을 입고 그 속에서 꽃이 될 씨앗, 잎이 될 씨앗, 품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깍지를 떨어뜨리며 뽀얗고 보드라운 꽃잎을 보여줄 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아직 활짝 피기 전 잎을 모으고 있는 모습은 잔을 받치고 있는 등불 같기도 했다. 꽃잎이 다 벌어지면 그윽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데 두툼하면서도 우아한 향기가 목련스럽다. 밤에 산책을 할 때면 환하게 비추는 것이 아름다워서 밤의 목련 이야기도 썼다. 여름엔 마당에 떨어져 있는 목련 열매를 보고 그 모습이 괴상하면서도 신비로워서 여름의 목련 이야기도 썼다.
얼마 전 친정에서 목련을 꺾어올 때, 아, 숙제를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올해는 어떤 얘길 써야 하나.. 고민했는데, 활짝 피어나면서 툭. 툭. 뱉어놓은 깍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렇게나 벗어둔 겨울옷 같았다. 포근한 봄에 겨워 겨울 외투 정신없이 벗어놓은 것으로 올 해 목련도 무사히 지나갔다. #봄의일기 #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