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약속이 있으면 책을 한두 권씩 챙겨서 다니게 되었다. 혹시나 비는 시간이 생겼을 때 내가 읽을 책과는 별개로, 그 날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선물할 용도로 몇 권씩 더 넣어서 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책을 여러 권 넣어서 다니다 보면 당연히 가방이 묵직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무게감이 주는 느낌은 꽤나 즉각적이어서 나가기 직전까지 그냥 두고 갈까 하는 내적 갈등을 수없이 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책을 선물하고 난 뒤에 생기는 어떤 뿌듯한 마음이 좋아 계속해서 가지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받는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선물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선물이란 게 대개 그렇기는 하지만.
누군가는 책을 선물할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오래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다던데, 나는 그런 것보다는 그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지만 같은 것을 읽는 동안 같이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바램으로.
그래서 대개의 경우 책을 선물하고 나면 같은 책을 또 사곤 한다. 그야말로 같이 있고 싶은 마음으로, 똑같은 책을 가지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며 같은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럴 때는 비록 다른 시공간에 있더라도 그 사람과 같이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마치 어떤 음악을 함께 듣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