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 열풍도 요즘은 좀 잠잠해진 듯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기적 앞에 섰던 이들은 계속해서 섰을 것이고 그저 꿈꾸는 자는 지금도 기적을 꿈꾸거나, 진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가능하다면 길고도 깊은 잠을 즐기는 자로서, 아침형 인간은 확실히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저녁형 인간에 가깝다. 휴대폰 사진첩에도 노을은 많지만 아침해가 빛나는 사진은 거의 없다.
『미라클 모닝』을 포함해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 같은 책들과 새벽 루틴을 소개하는 유튜브 브이로그들을 '재밌게' 읽었고, 봤고 늘 잘 잠들었고... 눈 떠보면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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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어릴 적 알람은 당시 중학교 국어교사였던 아버지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7시까지 글을 쓸 때 사용했던 타이프라이터기 소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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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0쇄를 찍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의 저자 정문정 작가는 전업 작가가 될 때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거실 책상에서 글을 썼고, 최근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가 전업작가가 되기 전 회사를 다니며, 출근 전 5시에 일어나 회사 앞 카페에서 글을 쓰다 9시가 되면 출근을 했다는 이야긴는 에세이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에 재미있게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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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 〈작가의 여정〉으로 나를 이끌어준 친구가 전시에서 정문정 작가의 루틴을 보고 들려준 이야기. 최근 친구의 회사에 입사한 20대 직원은 입사 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는데 회사를 다니게 된 뒤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난 후 출근을 한다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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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사 선배님이자 사원들의 권익을 위해 앞서다 마음에 큰 상흔을 입고 퇴사한 M선생님. 퇴사 전에는 회사와 가족들로부터 완전하게 독립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출근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논문과 책을 썼다. 퇴사 후 대학 교수에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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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자택에서 마포로 출퇴근하는 Y부장님은 아침수영이 루틴이다. 남양주에서 잠실에 있는 수영장에 들러 수영을 하고 출근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4시에는 뭔가가 있다.
12지시에서 인시(3시 30분~5시 30분)는 사람이 열리는 시간이라고 해서 양기운이 뼈에 스민다고 믿었다고 하는데, 미라클 모닝은 기적이 아니라 그저 그 시간이 묵묵히 쌓아올린 결과일 테지만, 4시에 일어나기 위해 남들에겐 초저녁처럼 느껴지는 시간에 성실하게 잠들고, 깊은 밤을 영양가 있게 누리고,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뜰 때까지 검었다가, 문득 퍼래지고, 하얗게 밝아지다 빨갛게 떠오르는 기운을 안으며 뭔가를 쓰고, 읽고, 헤엄치는 것은 확실히 기적 같은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