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내 취향을 저격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었던 주인공이 그날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소파에 앉아 이런 말을 했다.
살아가는 하루의 엔딩점에 뜻하지 않은 단맛을 봤어
하루를 정리하는 멘트 중에서 이보다 더 따뜻한 말이 있을까.
나의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음주로 쌓인 피로가 가시지도 않은 채 출근했고 아침부터 밀린 일들을 하나둘씩 처리하느라 숨 돌릴 여유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업무로 인해 여러 사람과 이리저리 감정의 부딪힘을 겪으며 진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월급날이었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생각마저 들더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건 행복한 일일 텐데, 지금의 나는 그러지 못한 걸까
이런 생각 속에 오늘 나의 하루는 맛으로 따지자면 감정이 닳아 생긴 쓴맛과 하품과 함께 흘려내리는 눈물의 짠맛이었다. 퇴근하고 나면 온 몸이 무장해제. 집에 오면 이상하게도 아무와도 말하고 싶어 지지 않는 상태가 온다. 그럴 때는 가족보다도 가장 가까운 이의 목소리만 찾게 된다.
오늘은 그마저도 힘든 날이 되리라,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길에, 마침 어묵이 눈에 띄었다. 평소라면 먹지 않았겠지만 나도 모르게 어묵 꼬치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맛있었다. 어묵 국물이 오늘 하루 지쳤던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어묵에게서 이상하게도 단맛이 났다. 혀가 데이는 줄 모르고 호호 불어 마시는 어묵 국물에서는 오늘 하루 흩어졌던 기운이 채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 하루의 엔딩점에서 뜻하지 않게 나를 다독여주는 천 원짜리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 친구의 희생 속에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진 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살다 보면 기쁜 날도, 슬픈 날도, 힘든 날도, 지친 날도 있다. 심지어 때론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겪는 날도 있다. 너무 힘든 날에는 오늘의 마지막 순간에서 만난 이 어묵을 떠올려야지.
따뜻함이 나를 어루만져주었던 그때의 느낌을 간직했다가 힘든 어느 날의 나에게 선물로 줘야겠다.
오늘 하루의 고단함이 내일은 행복을 가져올 수 있길 바라보며 오늘의 글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