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은 어쩌면, 일상

일상 속 여행이 주는 설렘

by 남수돌

서울역에서 10분 남짓 걸리는 이 길의 끝에는, 내 삶의 터전이자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이 있다.

서울역2017, 공항철도, 남대문시장 등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보니,

가끔 이곳이 대한민국인지 홍콩의 어느 번화가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괜스레 혼자 이렇게 상상해본다.

나는 지금 홍콩의(혹은 어느 아시아 국가의) 워킹스트리트를 걷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다.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과 매일 아침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기 때문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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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서울역과 02. 서울로의 모습을 담아

이렇게 상상하다 보니, 아침마다 회사 가는 길이 한 번도 힘들거나 짜증 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앞만 보고 걷다가 문득 옆을 보았을 때 일상 속 사람들 곁에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동요된다.

서울역 공항철도에서 본인 몸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무언가를 찾고 있거나, 운동복 차림으로 러닝을 하고 있거나, 스타벅스에서 익숙한 메뉴를 찾아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들, 바로 '여행자'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자면 문득 이렇게 말하고 싶어 진다.

아, 나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고요.


단언컨대, 어느 직장인도 나와 같은 생각을 안 해본 적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먹고 있는 음식도, 내가 입고 있는 옷도, 그 무엇 하나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표를 찍고 여행을 떠나는 대신, 일상 속 보통의 삶을 살다가 쉼표를 찍고 잠시 어디론가 떠났다 돌아오는 삶을 선택한다. 그래서일까. TV를 틀자마자 여행을 테마로 한 각종 프로그램이 지금 당장 떠날 수 없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삼시세끼.PNG 03. 삼시 세 끼(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여행은 평범한 보통의 날들을 마법처럼 어느 특별한 하루로 바꾸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한국에서 점심을 먹고 동료들과 카페인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러 가는 스타벅스도, 여행지에서 가면 아주 여유롭고 색다른 공간이 되곤 한다. 여행이 주는 몽글몽글한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스타벅스의 나라(혹은 도시) 별로 파는 기념 머그컵에 매료되어 지갑을 열고 만다.


회사에 다니기 전 나는 누구보다도 특별한 경험에 목매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이 어느 순간 지겨워져,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빠져도 봤다가, '짜릿한 걸 해보면 일상이 재밌지 않을까?'라는 위험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부작용으로 '재정적 궁핍'을(특히 주식) 맞이할 뻔했다. 그러다가 아주 중요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는 거야

나는 여행지만 가면 누구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된다. 하루에 적어도 2km 이상은 걸어 다니며, 식사는 간단히 때울 수 있어도 내가 보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은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일상 속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이렇게 행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어쩌면 나에게 있어 취향이란 '일상'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찾아내는 것,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여행이라고 생각할 때, 더 특별한 보통의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마저 생겼다. 그런 일상 속 모든 특별한 경험들을 이제부터 잘 담아 글로 표현해보려고 한다. 내 마음을, 내 생각을, 나의 순간이 날아가지 않도록.

KakaoTalk_20190913_214126930_04.jpg 04. 첫 번째 일상 기록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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