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OO 하면 안 돼

나의 발목을 잡는 건 늘 언제나 나였다.

by 남수돌

대학시절 꿈이 없던 나는 다행히도 욕심은 많았다. 특히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데 주저 없이 도전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다. 그 덕분에, 내 또래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전공 수업에서 무작정 학생들에게 공익 캠페인을 펼쳐 언론에 노출해보라고 했을 때도 제일 먼저 온라인 뉴스를 뒤져가며 약 200명의 기자들 이메일 주소를 수집했다.


선거철을 앞두고 이슈가 될 만한 소재인 [20대의 투표인식개선] 캠페인을 운영하며 기자들에게 캠페인 내용과 당시 운영하던 사이트의 주소를 메일로 보냈다. 그러고는 오프라인 캠페인 예정일과 장소를 알려, 기자들이 우리를 직접 취재하도록 했었다.


결국 크고 작은 온라인 매체와 뉴스에 소개되어 잠시 동안 화제의 여대생들이 되어본 적도 있었다. 대학교 1학년, 20살 때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뒤로 하고 싶은 모든 일에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실리콘밸리에 유수한 IT기업을

방문하고 싶어 여러 방법을 동원해, [글로벌탐방단]이라는 이름으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를

견학한 적도 있었다.


전 세계에서 당시 5명밖에 뽑지 않은 장학 프로그램에 달려들여 덜컥 합격해 시드니에서 전액 지원을 받으며,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경험한 적도 있었다. 대학교 3/4학년, 22/23살 때 이뤄낸 것들이다.


정말 놀랍게도 이 모든 것들을 성취하면서 얻은 자신감과 자존감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내가 이뤄낸 모든 것들은 0에 수렴해서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은 느낌.

25살 나는 그런 느낌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


나는 SKY라 아니라 안돼,
여자라서 안돼,
인턴 경험이 부족해서 안돼,
헬조선이라 안돼,
여하튼 나는 안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나는 ~ 안돼"의 정답은 "나는 안된다고 말하면 안돼" 였다는 걸.


지난 두 달간 뜻이 맞는 대학 동기들과 준비했던 취업 멘토링을 후배님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때 내 멘토링 PPT 마지막 페이지를 아래 장표로 채웠는데 이걸 보는 후배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큰 희열을 느꼈다.


분명하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후배님들께 약속 하나를 했다.취업을 준비할 때 힘든 일도 있겠지만

"나는 안된다고 말하면 안 돼"를 기억하자고.

요즘 회사에서 힘들 때마다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인가" 하며 자신감을 스스로 갉아먹었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멘토링을 하며 또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을 발견하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넌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 안된다고 말하지 마!
keyword
이전 01화내 취향은 어쩌면,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