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배우고 있어요

일해서 돈 벌고, 돈 벌어서 공부하고

by 남수돌

대학시절 나는 배우고 싶은 게 참 많았었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다가도, 문득 패션 디자인이 배우고 싶어 의류학과 수업을 청강해본 적도 있었다.

또 어느 날은 낙서도 예술적으로 그리는 친구가 부러워 성인 미술학원으로 상담을 받으러 간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것은 학원비였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는 장학금과 교내 근로,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 하더라도

전공이나 취직과 관계없는 분야를 배우기엔 내 주머니는 가벼웠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원데이 클래스가 유행하기 전이라, 수업에 가볍게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그 당시의 나: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을 받게 된다면 내가 배워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해야지

취업하고 나서 알았다. 저 생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현재의 나: 퇴근하면 발 닦고, 이 닦고, 화장 지우고 바로 딥슬립 Go

지금은 거의 칼퇴를 실천하고 있지만, 입사하고 나서는 업무로 인한 긴장감과 피곤함이 퇴근하자마자 몰려와 무언가 다른 것을 할 생각을 못했었다.

너무 내 인생이 불쌍하게 느껴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돈이라는 수단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겠다는 내 인생 목표를 눌러버린 느낌.

그 느낌을 하루빨리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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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약 1년 반 동안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회사 자기 계발비로 전화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가끔 원데이 클래스 플랫폼인 [탈잉]이나 [프립]에 메이크업, 드로잉 수업이 눈에 띄면 반신반의하고 신청했다가, 결국 나는 미적 감각이 없음을 깨닫기도 했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매주 열리는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글 쓰는 재미에 빠져보기도 했었다.


프로 야근러가 되었을 때는 이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기도 했어 지만, 그럼에도 배우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특히 내 돈으로 일해서 나에게 투자할 때 오는 그 짜릿함이란.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해서 돈 벌고, 돈 벌어서 배우고, 더 크게 성장하여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농담이고. 내 삶의 주인으로서, 일하며 고생하는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는 보장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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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면서 가장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건 나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하면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해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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