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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Feb 20. 2020

감정 더하기, 빼기는 여전히 어렵다.

직장인의 마음가짐

업무를 하다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화가 날 때가 있다


특히 다음 세 유형의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나의 감정 조절 기능은 제 기능을 상실해버린다.

첫째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

둘째는, 업무적인 관계에 있어 팽배한 갑의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

셋째는,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


그때마다 감정을 더하는 대신, 빼기 위해 노력한다


우선 첫 번째 유형의 사람을 만날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상대해야 하는 이 사람은,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이기 이전에 분명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다양한 일들을 하던 와중에, 오늘은 특별히 운이 좋지 않아 사고가 터진 것이다. 다만, 사고의 크기가 작아 이 사람은 사과보다는 수습을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진 말자. 가령 감정을 더해 화를 내며, 먼저 사과부터 하시라고 하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다. 누구에게 사과를 하라할 것인가. 실상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내겐 잘못이 없는데.


두 번째 유형의 사람을 만날 때면 또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의 살아온 세월은 내가 살아온 세월의 곱절은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보다 더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당신 앞에 앉아있는 내가 얼마나 믿음직스럽지 못할까. 내가 한 말은 잘 이해하고 있는 건지, 내 생각은 잘 전달되었는지 계속해서 의심이 될 수밖에. 그래서 이 사람은 끊임없이 나의 감정을 테스트하러 드는 것이고 나는 그것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한다.

분명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도 본인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겠지. 설렁 그게 아니어도 그 사람은 살아가는 삶 속에 있어 본인 혹은 다른 이의 삶을 책임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기 때문에 책임질 수 있는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고, 그로 인해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을 회피하게 되는 것일지도. 아니면 또 이 사람을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것일 거라고 생각해본다.


감정 빼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그럴 때면 나는 동시에 다른 것을 생각해본다. 가령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가는 모습을 상상한다던가,

오늘 저녁만큼은 칼퇴를 외쳐본다 던가 혹은 뭔가 시발 비용으로 구입할 만한 것들이 없는지 화장실로 조용히 숨어들어 탐색을 해본다던가. 이렇게 좋은 감정을 더하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나쁜 감정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만약 이것마저 안된다면, 강력한 처방을 위해 나는 화잘실로 달려가 통장잔고와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번갈아본다. 


끝마치며


언제쯤이면 감정을 조절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을까. 여전히 일을 하면서 감정 없이 누군가를 대하기란 내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그 숙제를 잘 풀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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