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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Jan 30. 2020

직장인이 되면 그냥 알 수 있는 것들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

취업이 너무 간절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시절


그런 와중에 일이 생겨 점심시간에 잠깐 종각에 들린 적이 있다. 당시 날이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였을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내 시선은 몇몇의 목에 걸린 사원증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와 진짜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속에서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줄 알았다


대한민국의 밤이 그리 어둡지 않은 이유는 야근하는 직장인들 때문이라 했을 때에도 지금은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그때의 나는 그 모습마저도 정말 부러웠다. '나도 열심히 일할 수 있는데, 나도 진짜 일 잘할 수 있어요!'

목구멍에서 말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간절함을 간직하던 때였다.


아쉽게도, 귀하와 함께 할 수가 없어-...


대체 아쉽다는 말은 몇 번이고 보아도 정이 가지 않는다. 당시 몇 개월째 계속 반복되는 자소서 광탈에, 나의 자존감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지 오래였다. 종각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울었던 것 같다. 울고 싶은데.. 처량 맞게 울고 있으면 사람들이 불쌍히 여길까 봐 당시 갖고 다니던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책을 펼쳐 마치 감동받아 우는척했다.


'취업하면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무사히 직장에 안착하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생각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쓴 것은, 행복을 느끼기에는 상상과 현실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되기 전에 몰랐던 것들이 너무나 많다. 행복이란, 결국 어디에 있던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임을 이제와 서야 깨달았다.


내가 직장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조심스레 말해보고 싶다



1. 직장에 다니면, 여행 다니기 어렵다.

충분히, 맞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여행이 어려운 것은 오직 하나다. '시간'. 시간이란 참으로 체감속도가 5G급이라 항상 부족하다. 그래서다. 직장에 다니면 여행에 다니기 어렵기 때문에 직장에 근무하기 전 다녀오라고 후배나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는 돈과 여유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안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그런 충고를 하고 싶지도, 할 생각도 없다.


2. 첫 직장은 평생직장이 아니다. 그러니 너무 '사람에게'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어이없게도 사실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라고 믿던 정말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되도록이면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예의도 있고, 업무 능력도 있으며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내 마음에 화를 키우는 게 아닐까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잘 보일 수만은 없는데... 첫 직장이 있으면 두 번째 직장도, 세 번째 직장도 있을 수 있는 게 요즘 시대인데. 후회가 남고, 많은 생각이 든다.


3. 일만 잘하면 안 되지만, 일조차도 못하면 더 안된다.

일만 잘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일조차도 못하면 더 안된다는 당연한 이치이자 진리를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터득했다. 예전에 공부만 잘하고 성격은 별로 인듯한 사람을 보면 세상 살기 어렵겠구나 생각했었다. 일도 똑같을 것이라고 상상했고, 그것은 실제도 그러했다. 그런데 일조차도 못하는 사람은 일만 잘하는 사람보다 더 큰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사회에서 일조차도 못하는데 목소리가 크거나 아부를 잘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예전 일.

점차 통용되지 않는 말이 되어간다. 적당히라도 일을 할 줄 알아야지 사회에서 환영받는다. 사회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되기에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환영받지 않는 존재는 되지 말아야지 하며 회사로 떠나는 발걸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만 같다.


4. 사람 사귀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사실 사회에 나오면 모든 것이 어렵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람을 '이성친구'로 만나던, '동성친구'로 만나던, 혹은 얕은 인간관계를 맺던 사람과 새롭게 인연을 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깨닫는 중이다. 그런데 사실 사회에 나오면 모든 것이 어렵다. 직장에 다니기 전만 해도, 사회인이 된다는 것은 지금의 나와는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에 익숙해져 언젠가는 모든 것을 술술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 모든 상상은 땡! 사회에 나와보니 모든 것은 어렵다는 것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지 겉만 바뀌는 것임을, 내 속에 있는 미완성의 '나'는 늘 그대로 임을 깨달았다. 휴, 사람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까지는 아니어도 사람 만날 시간에 잠이라도 한숨 더 자겠어, 나를 위한 일들을 하겠어라고 생각이 드는 요즘. 모든 것이 다 어렵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읽는다면 내 글은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하는 개구리의 소리, 가진 자의 여유, 다른 이들을 생각 못하는 재잘거림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분명한 것은 직장에 들어가서거나 들어가기 전이나, 무직이거나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혹은 퇴사를 준비하거나 퇴사를 했거나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을, 오늘도 반성하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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