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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Oct 12. 2020

직장인 누군가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

이 글은 그런 글입니다.

인생의 프롤로그


백 살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인생을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오전 6시와 7시 사이에 나는 서있다. 사실 아직 본편도 시작되지 않은 프롤로그 같은 삶, 현재 내 모습이다.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고 기뻐했던 25살의 나는 26, 27, 어느새 28살의 직장인 3년 차가 되어있었다. 입사하던 첫 해, "아직 할만하냐, 나는 회사 다니기 싫은데."라고 말하던 선배를 닮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점점 그와 닮아가고 있는 듯했다. 직장생활은 3/6/9년 차 때에 고비가 온다고 했던가. 단순히 369 구구단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가 반영된 일종의 미신이라 생각했었는데, 진짜였다. 선배들에게 왔던 고비가 올해 28살, 직장인 3년 차인 나에게도 찾아왔다. 

출처 : 내 사진첩(내 인생에선 빨간 신호등(=정지)은 당분간 없을 예정)


그렇다고 퇴사는 하고 싶지 않은데


고비가 왔다 해도 퇴사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일을 그만두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퇴사 후 세계여행은 시도조차 무리였고, 경험이 없기에 사업가 기질이나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었다. 퇴사까지 하면서 오래 엉덩이 붙이고 공부해야 하는 것들은(예컨대 공무원이나 전문직 시험)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현재의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는 데 필수 조건인 월급을 사랑했고, 일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퇴사는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 회사택시를 운전하던 아버지가 개인택시 면허를 받기 전 잠시 일을 쉬신 적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개인택시 면허를 받기까지라 한 달도 채 안 걸렸던 시간이었는데, 가장으로서 일을 잠시 그만둔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셨는지 공사판으로 막노동을 나가셨다. 그러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공사장 건물에서 떨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아버지는 면허받기 전까지 계속 치료를 받으셨다. 그때가 아마도 초등학교 1, 2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를 보며 어른이 되면 쉬지 않고 열심히 살면서 언젠가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려야지 생각했다. 호강은 못 시켜드려도, 적어도 부모님께 폐가 돼서는 안 되지. 그랬기에 더욱더 대안이 없는 퇴사는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출처: 내 사진첩(이런 집을 살 수 있을 때까진 퇴사하지 않고 열심히 돈 벌 예정)

그럼에도 답답했다


현재 직장생활에 대한 고민이나 고충을 늘어놓았을 때, 한 지인이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데"라고 했다. 아무리 친구라 해도 당사자가 아니면 공감하지 못할 문제라 생각되어 그 뒤론 그런 주제는 쉽게 꺼내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저마다 생각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내가 힘든 것을 이야기해도 다른 이들은 팔자 좋은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품 안의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내 힘듦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큰 피로감을 줄 수 있겠다 싶어 언젠가부터는 더 이상 입 밖으로 부정적인 말들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말하며 대화를 이끌었고,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니 언젠가 반드시 해내겠다며 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본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야,
일로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지금 일도 좋지만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스스로도 위축되곤 해.
팀에서 홀로 주니어 직급이다 보니, 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줄 수 있는 동료나 선배, 후배가 필요해.
가장 중요한 건 직장에서 '재밌게'일하고 싶다는 거야. 일을 통해 나도 재밌고 다른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진짜 일을 해보고 싶어.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떠올릴 때, 자연스레 '그런데 나 왜 지금 못하고 있는 거지?,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그래서 직장인 3년 차이자 90년대생으로서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기 시작했다. 독자님들의 '공감 간다', '이 글을 통해 위로받는다'라는 댓글을 볼 때마다 '나란 사람이 뭐라고, 이렇게 과찬이시지.' 생각하며 쥐구멍으로 숨어들고 싶으면서도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욕심났다. 그래서 여러 글쓰기 클래스도 다녀보고 모임도 나갔었다. 이를 계기로, 함께 참여하는 분들의 글을 읽고 듣는 것이 글감을 찾거나 맛깔난 글을 쓰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처: 내 사진첩(감귤밭같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싱그러워지는 글을 쓰는 게 최종 목표)

그렇게 시작한 나의 글


먼저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그 콘텐츠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싶었다. 동시에 글을 통해 직장생활을 돌아보고 현재 상태에서 더욱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직장인 3년 차 퇴사 대신 글쓰기'라는 매거진이 탄생했다. 이제 이 매거진은 곧 브런치 북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Part1. '3년 차의 깨달음'을 시작으로, Part2. 에서는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직장생활을 통해 '단단해지는 과정'에 대해 Part3. 에서 다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Par4.'오늘도 버팁니다'에서는 직장생활에서 버티느라 고생하고 있는 독자님들을 글을 통해 위로해 드릴 예정이다. 

출처: 내 사진첩(제 글도 한번 달려 보시죠~~~)

누군가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


직장인 3년 차인 누군가에겐 이 글은 현재일 수 있고, 90년대생으로서 취업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일 수 있다. 나보다 인생 선배님이신 분들께, 이 글은 '몇 년 전 내 모습과 닮았네!'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향수나 과거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인 이 글이,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위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현재 길 잃은 나를 위한 해답이 되며, 미래의 나를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길.

이 글의 작가로서 아주 많이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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