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진짜 위기는 ‘머스크 리스크’다

혁신의 아이콘에서 브랜드 위기의 교과서가 되기까지

한때 '미래를 앞당기는 브랜드'였던 테슬라가 요즘은 오히려 ‘과거에 집착하는 브랜드’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V(전기차) 시장의 선구자, 지속가능한 삶의 상징, 실리콘밸리식 혁신의 얼굴이었던 이 브랜드가, 지금은 오히려 리더 한 사람의 정치적 발언과 소셜미디어 논란으로 위태로워 보입니다.

테슬라의 위기는 단순한 매출 감소나 주가 하락이 아닙니다. 그것은 브랜드의 오염—즉,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의 약속’이 더 이상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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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누구의 것인가?

처음 테슬라는 제품 그 자체를 넘어 ‘미래에 대한 태도’를 팔았습니다. 환경을 고민하는 진보적이고 테크에 밝은 소비자들은 테슬라를 단순한 차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도구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은 더 이상 이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브랜드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머스크의 이야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엘론 머스크는 혁신가이자 비전가였고, 테슬라는 그의 개인 브랜드와 강력히 연결되어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연결성은 오히려 브랜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 SNS 상의 과격한 행동, 특정 인물과의 공개 갈등은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기술이나 환경 이슈가 아닌,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머스크와 브랜드의 공생, 그리고 그 부작용

브랜드가 특정 인물과 너무 강하게 연결될 경우, 그 인물이 브랜드보다 더 큰 존재가 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합니다. 머스크가 그 경계선을 넘은 건 한참 전 일입니다.

그는 더 이상 혁신의 상징이기보다, 논란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 리더를 구매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진보적인 감성을 가진 초기 고객층에게 이는 불편함을 넘어, 기피의 이유가 됩니다.


소비자가 먼저 떠났다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의 고객 이탈이 ‘제품’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직도 테슬라는 품질 경쟁력이 있고, 글로벌 생산 인프라도 갖췄습니다. 문제는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테슬라를 떠난 고객들은 중국의 BYD, 독일의 폭스바겐, 심지어 미국의 GM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더 합리적인 가격, 개선된 사용자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이들 브랜드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EV는 아직 모든 사람의 차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의 구매는 언제나 일종의 가치 소비입니다. 즉,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 기준’을 드러내는 기호인 것이죠.

그런데 이 가치가 더 이상 브랜드와 일치하지 않는 순간, 고객은 떠납니다.


테슬라는 어떻게 다시 돌아설 수 있을까?

정답은 명확합니다. 브랜드와 창업자의 분리.

지금 테슬라는 브랜드 정체성과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색채가 너무나 강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를 분리하고, 브랜드 자체의 내러티브를 다시 구축하지 않는다면, 회복은 요원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290억 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브랜드 보호’보다는 ‘리더 달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고객의 눈에 ‘자기 파괴적 리더십’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는 관계다. 정치가 아니다.

모든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와의 관계입니다. 그 관계는 신뢰, 존중, 그리고 공감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정치적 노이즈가 이를 방해하는 순간, 브랜드는 기능적으로는 살아있을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죽어버립니다.

브랜드는 전략, 디자인, 경험의 합입니다. 그리고 이는 시장 변화 속에서 꾸준히 조정되고 리뉴얼되어야 하죠. 테슬라는 한때 이를 매우 잘했던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며 너무 오랫동안 리더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해왔습니다.


우리는 테슬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브랜드를 창업자의 철학으로 시작하는 것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브랜드는 독립된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이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건, 브랜드가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죠.

테슬라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디자인도, 더 빠른 배터리도 아닙니다. 브랜드에 대한 재정의, 그리고 고객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그 첫걸음은, 브랜드를 정치가 아닌 관계의 언어로 다시 말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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