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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오 Apr 26. 2023

이리도 평온한 수요일 오후

이럴 땐 노가다말고 노마드라 해주세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듯하다.

유튜브에서 보듯이 발리, 치앙마이 등 디지털 노마드들의 성지에서 수영하고 일하고 퇴근 후 저녁에 맥주를 마시는 일상이 디지털 노마드일 수 있다. 나 역시 디지털 노마드의 완전한 실현은 치앙마이 한달살이라고 생각했으니깐. 



그러니 한국에서 노트북만 두드려대는 내 일상이 무료하고, 애잔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점심에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저녁에 운동을 가는 그 하루 속에서 내가 자주 가는 카페와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그리고 집중력이 좋을 땐 고양이 세수만 하고 집에서 온종일 작업하는 시간이 꽤 효율이 좋다.



평일에 캠핑장에서 혹은 차박지에서 일을 해도 된다. 그러나 난 경험으로 안다. 일과 여행의 병행은 슬픈 생각을 하면서 웃을 수 없듯이 양립하기 다소 어렵다는 것. 나는 작년과 재작년 제주도 차박을 2주씩 다녀온 적이 있다. 뭐랄까 온전한 휴식이 어렵다고 할까. 그저 쉬면서 잠깐잠깐 일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푹~ 잘 쉬었지만 2주간 일의 진척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사람 없는 시간과 장소를 골라서 갈 수 있는 선택권이 내게 있다. 그리고 평일 낮 애매한 시간에 카페를 여행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로 했다. 평일에 이렇게 너무 조용해 보여 친구와 들어가지 못했던 카페에 왔다. 역시나 조용하다.


나처럼 노트북을 붙들고 있거나 책을 읽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친구와 오지 못했지만 다시 오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 조용해서 내 타자소리가 울릴 지경이지만, 좋다 이 고요가. 매일 가는 단골 카페도 좋지만 한 번씩 이렇게 카페를 발견하는 재미도 아주 쁘띠한 여행이지 않을까. 



출근을 하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디지털 노마드의 실현이라고 다시 정의하고 싶다. 그래야 여행을 하지 않고 있는 일상 속의 나도 사랑할 수 있으니깐. 카페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와 ASMR 같은 물줄기소리, 그리고 내 타자소리, 저쪽 테이블 손님이 휘젓는 얼음이 잔에 부딪혀 달그락 거리는 소리. 


친구랑 수다 떨러는 못 오겠지만 아마도 나의 두 번째 단골카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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