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시 <화시, the flower season>
어쩌다 우리는 여기까지 흘러와 뿌리내렸나
지나온 길목마다 떨어트린 꽃가루
찬찬히 들여다보니 어제 돋아 난 소름이다
우리의 삶에 100만큼의 우연이 주어졌다면
1은 영혼을 위해 쓰고자 한 조각 떼어뒀다
99는 이미 숙명의 저울에 올라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고독한 그림자에 명찰을 달았더니
절반의 영혼이 도망가 버렸다
남은 영혼은 어떻게든 살고자 작은 1이 된다
세상은 작은 1에서 더 작은 1로 수렴하는 곳
조각들은 도망가지도 사라지지도 못하는
쓰다 버린 구겨진 편지지에 남겨진 글자
경계에 놓일 때 우리는 슬퍼진다
온통 회색으로 칠해진 방 한가운데
지난해 떨어진 낙엽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말로 사지에 수갑을 채운다
복종하는지도 모르고 복종하고
복종하는 자가 되어 복종한다
우는 자가 될지 웃는 자가 될지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자가 될지
알지 못해서 슬프다
알지 못한 자가 되어서 서럽다
조금 더 작은 1에 수렴하는 자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갠다
가루는 더 작은 가루가 된다
작아지기만 할 뿐 영원히 사라지지 못하는 곳
무한히 경계가 생겨난다
작고 작은 1에 수렴하는 곳
영원히 0이 되지 못하는 우리는
이제 소리 없는 돌팔매질에
부서진 파편으로 구천을 떠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여전히 알지도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