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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호 Dec 17. 2022

#2017. 09.30. 돈 워리, be 함피.

시작은 어수선했으나, 끝은 완벽한 하루. in Hampi. 

# 인이: 인도 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 또는 '정주호'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정류장!!! 호스 펫!!!!! 호스 펫!!!!!”


아침 6시, 버스 도우미가 아침부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슬리핑 버스에서 커튼을 걷어 일행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위치를 확인했다. 우리가 내리려는 함피가 아니었다. 버스 도우미한테 가서 함피의 위치와 티켓을 보여줬다. 버스 도우미는 듣는 둥 마는 둥 말했다. “내려, 여기가 마지막 정류장이야”.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승객들이 짐을 싸고 내릴 준비를 했다. 버스는 멈췄다. 사람들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버스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내려요!!!!!! 마지막 정류장이에요!!!”. 


우리는 손에 잡히는 대로 가방에 넣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였다. 쌀쌀했다. 잠이 안 깼다.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 넷은 지구 한가운데에 버림받은 게 분명했다. 살기 위해 지도를 켜고 함피를 검색했다. 차로 30분 떨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 인도 5~6명 무리가 우리를 감쌌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 말했다.

“400루피, 함피 함피???”


나는 옆 드라이버를 보면서 말했다.


“350루피, 함피 함피???”

그러자 400루피 말한 사람이 떠났다. 300루피 까지 깎으니 한 명이 남았다. 300루피에 함피를 가기로 했다. 


     툭툭에 앉았다. 그 순간 인도의 어린아이들이 지나가다가 우리를 보더니 소고 같은 북을 치기 시작했다. 잠깐 몇 분이지만 외국인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짝의 연예인이 된 듯 “헬로” 하며 인사를 해 주었다. 툭툭이 출발하고 여유가 생기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 동네다. 주변에 작은 판잣집 그리고 쓰러져 가는듯한 편의점이 보였다. 발전되지 않은 작은 도시였다. 작은 도시와는 다르게 동네 사람들의 마음은 발전된 도시였다.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끝까지 북을 치며 툭툭의 뒤꽁무니를 쫓아 뛰었다. 돈이 없어도, 도시가 발전이 안되었어도,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느끼게 분명했다. 좋은 기운으로 앞으로 함피에서 보낼 날들이 기대됐다. 


     함피에 도착하자마자 ‘Don`t worry, be Hampi’라는 사인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겼다. 숙소를 먼저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10분 정도 걷다 보니 숙소가 많았다. 대부분 숙소 앞에 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숙소 앞에 있는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물어보기도 전에 방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옆에 있는 직원을 쳐다봤다. 손사래 쳤다. 옆에 있는 직원은 말했다.


    “1년 중에 가장 큰 축제를 하는데 그게 이번 주야, 방이 없을 거야. 만약 방을 구해도 하루에 3000루피 (6만 원) 정도 내야 돼”


이마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골목에 맨 끝에 허름한 숙소가 보였다. 문을 열어 들어갔다. 직원이 청소하고 있었다. 직원을 보자마자 말했다.


“혹시 4명이 머물 방이 있나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 오늘 딱 마침 1명이 체크아웃을 해요. 4명 자리가 있어요”


“가격은 얼마인가요?”


“한 사람당 250루피 (5천 원)이에요”


우리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가격이 싼 만큼 문제가 있었다.


 점심을 먹고 숙소에 들어왔다. 침대 아래쪽에 한국 여자분이 짐을 싸고 있었다. 이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한국인이 있을 리가 하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 혹시 한국분 이세요?”

“네..”

얼굴 표정이 아파 보였고 목소리는 힘이 없었으며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 체크 아웃 이신가요?.. 혹시 함피에 며칠 있으셨어요? ”

“여기서 2일 지냈는데 몸에 열이 많이 나서 병원 갔다 왔어요.”

“감기 걸리셨어요??”

“아니요.. 의사가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했어요.. 지금 병원을 급하게 가야 될 거 같아요”


    한국 여자분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당황한 기색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여행 가기 전에 말라리아를 조심하라고 많이 듣지만 , ‘실제로 걸리겠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심지어 주사도 맞지 않았다. 그 후 숙소가 이상하게 보였다. 침대마다 허름한 모기장이 쳐 있었다. 심지어 벽은 벽돌로 지은 게 아니라 닭, 소 들이 사는 쇠로 지어졌다. 벽에는 총알 만한 구멍이 여러 개가 뚫려져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숙소였다. 더 이상 선택권이 없었다. 우리 일행들을 둘러봤다. 이미 짐을 풀고 침대 위치를 정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가위바위보로 침대 위치 정하시죠”


     체크인을 한 후 낮잠을 잤다. 점심도 먹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로움을 즐기고자 했다. 우리 일행은 목적지 없이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 로컬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구경하면서 걸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니 강이 나왔다. 보트 한대가 있었다. 사람들이 보트를 타기 위해서 티켓을 사고 있었다. 우리도 얼떨결에 보트 티켓 사는 줄에 서 있었다. 30루피에 티켓을 샀다. 강 건너편엔 큰 산이 하나 보였다. 우리의 목표가 정해졌다. 산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보트에 내리자마자  젊은 인도 남자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여기는 못 걸어 다녀, 오토바이가 필요해”

우리가 말했다.

“얼만데?”

“200루피 (3400원)”

“괜찮아, 운동삼아 걸어 다닐게.”


    산 정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풀숲을 헤치고 높은 경사로는 두 손 두 발을 땅을 짚어 가면서 걸었다. 30분쯤 걸었다. 고개를 들으니 정상에 도착했다. 함피의 도시가 손바닥 만하게 보였다. 정말 멋이 있었다. 몇 시간 며칠이 걸리더라도 꼭 올만했다. 그리고 느꼈다. 여행이 속도와 비례한다. 이동수단이 빠르면 빠를수록 목적지에는 빨리 도착하겠지만, 목적지에 가는 과정에 있어서 얻는 것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저녁을 먹고 쉬고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니 동네가 시끌시끌 해지고 꼬마들이 웃으면서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오늘 일 년 중에 제일 큰 페스티벌이 있다고 한다. 함피 중앙으로 나가보니 입이 쩍 벌어졌다. 언제 준비를 했는지 바닥에 100m 정도 촛불이 열에 맞춰져 켜져 있었다. 줄지어 있는 촛불들이 약 1200개라고 했다. 바닥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페스티벌은 사바 신이 적을 물리친다는 의미에 축제였다.



 From. Toronto

Instagram : Jooho92

- 인스타그램에 인도 사진, 기록들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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