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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Aug 18. 2024

갈대와 나무

착한 직장인이 읽는 이솝우화 (5)

갈대와 감람나무가 서로 힘자랑과 참을성 자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허약하고 바람에 쉬 굽힌다는 감람나무의 꾸지람을 듣고 갈대는 잠자코 있었지요.
곧 센 바람이 불어 닥쳤습니다. 돌풍에 이리저리 불리고 굽힘으로써 갈대는 어렵지 않게 폭풍을 이겨냈습니다.
그러나 버티던 감람나무는 바람의 힘에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갈대의 유연한 처세술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바람에 맞서다 부러진 나무에게서는 어리석은 자의 최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갈대처럼 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풍파를 많이 겪는다는 의미도 될 것 같다)

실제로 갈대처럼 누구의 라인을 타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이로울 때가 제법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사가 부임했을 때 그에 맞추면서 버티다 보면 나중에 내가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오거나, 부서장이 바뀌면서 생활이 나아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니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몸을 맡기고 낮추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어찌 현명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짧고 굵게 회사생활을 하겠다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람나무를 마냥 비웃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가끔 라인을 제대로 타서 초고속 승진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일찍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더라도 다른 직장에서 또 좋은 기회를 잡으면 되니까 갈대처럼 살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만도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하고 그로 인해 얻어진 결과에 자기가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일 테니.


정작 문제는 이리저리 휘어지는 것이 굴육이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정작 자기가 위급해지면 태세를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비웃던 갈대 밑으로 숨으려 하는 경우마저 생긴다.

그리고 현실은 그런 사람들이 바람에 맞서다 부러지는 나무 같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러니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은 감람나무의 말에 현혹되는 갈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겠다는 사람 중 정말 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이야기의 진정한 교훈은 갈대처럼 유연하게 살아라가 아닌, 나무의 말에 현혹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나간 갈대의 모습' 그 자체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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