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직장인이 읽는 이솝우화 (6)
모기가 황소 뿔에 내려앉았습니다.
오랫동안 앉아 있다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자 모기는 이제 자기가 떠나가기를 바라느냐고 황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난 네가 왔을 때도 눈치채지 못했단다. 네가 날아가도 눈치채지 못할 게다."
하고 황소는 대답했습니다.
조직생활을 하는 대부분은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조직에서도 바라는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때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나름의 포부를 가지고 회사를 다니기 마련이다. 윗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승진을 한 후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것들 말이다. 몸값을 높여서 이직하는 꿈을 그리는 사람도 많다. 다른 회사로부터 더 좋은 제안을 받고 옮기게 되는 상황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자신은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어서 회사에서 없으면 안 될 인재 같은데 회사에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다른 회사로 옮겨버릴까 생각도 해보지만 이렇다 할 러브콜도 없다.
이럴 때 직장인들은 흔히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아무도 나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심할 경우 우울증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퇴직의 뜻을 비쳤을 때 상사가 붙잡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후배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배는 회사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을 테니 퇴사를 만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냉정히 들릴지라도 회사는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효율을 내려는 조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연봉을 괜히 올려줄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이 퇴사를 하더라도 사람을 새로 뽑으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없으면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어떻게든 회사는 돌아간다. 회사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라 회사란 원래 그런 곳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을 가진채 회사를 다니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프라이드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나는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회사나 조직이 알아서 나를 인정하고 대우해줘야 한다는 기대는 굳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하게 하면서 회사 측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챙길 것은 챙기려는 자세면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운이 왔을 때 승진도 하고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오기 마련이다.
일개 직장인은 회사라는 황소에 잠깐 내려앉은 모기 같은 존재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모기는 모기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면 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황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모기의 생각은 어찌 보면 과대망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스스로의 삶을 피곤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