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직장인이 읽는 이솝우화 (7)
누가 더 빠르냐 하는 것을 두고 거북이와 토끼가 논쟁을 시작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약속해 놓았습니다.
토끼는 타고난 제 민첩함에 자신만만하여 경주에 대한 걱정은 않고 길가에 누워서 잠이 들었습니다.
더딘 제 동작을 절실하게 의식하고 있던 거북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타박타박 걸어서 잠자는 토끼를 지나 마침내 경주에 이겼습니다.
어렸을 때 무조건 접하게 되는 이솝우화의 시그니처 스토리.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다 보면 경쟁에서 승리하게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의 역량에 압도되었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 이야기 속에 감춰진 다소 불편한 진실을 느끼게 될 때도 적지 않다.
거북이가 아무리 열심히 타박타박 걸어도 토끼가 방심하여 잠을 자지 않았다면 거북이는 승리할 수 없었다는 사실. 즉 토끼의 방심이나 실수가 없이 거북이는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야기대로라면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자신의 재주를 믿고 실기할 가능성이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재능이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방심하지 않는다. 그 일에 대해 진심인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그렇다고 토끼가 실수하기만을 바라는 거북이가 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니 방향을 다시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거북이는 토끼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결승점까지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맞다. 나 자신과의 경주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면 운 좋게 방심하는 토끼를 만날 때도 있고, 거북이를 업고 달리는 토끼를 만나 함께 골인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하지만 우선은 토끼와 누가 더 빠른지 논쟁하는 거북이도 되지 말고, 거북이에게 경주를 하자고 제안하는 토끼도 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 같다.
p.s. 그런데 거북이는 왜 토끼와 달리기에 대한 논쟁을 벌였을까. 열심히 걸으면 정말 토끼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성인이 된 지금도 궁금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