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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Sep 28. 2024

고양이의 변신

착한 직장인이 읽는 이솝우화 (9)

고양이가 잘생긴 청년을 사모해서 자기를 여자로 바꿔달라고 아프로디테에게 간청하였습니다. 여신은 고양이의 딱한 사정을 측은히 여겨 아름다운 처녀로 변신시켜 주었습니다.
청년이 그녀를 보고 사랑하게 되어 집으로 데려가 아내로 삼았습니다. 침실에서 두 사람이 쉬고 있을 때 여신은 여인 앞으로 생쥐 한 마리를 풀어놓았습니다. 고양이의 본능이 모양과 함께 변했는가 하는 것이 궁금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녀는 자기 위치를 곧 잊어버리고 침대에서 벌떡 뛰어 쥐를 잡아먹으려고 달려갔습니다.
 화가 난 여신은 그녀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늘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하셨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내면이지 외면이 아니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겉모습만 갈망하던 고양이가 맞이한 씁쓸한 결말을 보면 더더욱.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이 말만큼 애매한 말도 별로 없지 싶다.

왜냐하면 외모가 주는 이미지에 의해 평판이나 거취가 결정되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이 패션팀으로 발령이 나고, 먹는 것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 식품팀으로 발령이 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세상이 보통 그렇게 돌아간다.

솔직히 옷을 대충 입는 사람이 패션에 관심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니까.


어떤 사람의 내면까지 자세히 알기 전에는 외모로 그를 재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족이 아닌 이상 조직에서 어떤 사람의 내면까지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외면에 의해 거취가 결정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


이 말은 우화 속의 고양이처럼 변신을 해서 외모를 예쁘게 꾸미라는 뜻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외모는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징표에 가깝기 때문에 자신이 보이고 싶은 이미지에 걸맞은 외모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이 온몸에 용문신을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스마트해 보이고 싶은 사람이 항상 흐릿한 눈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타인에게 비치고 싶은가이며,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무탈한 회사생활을 하는 첫 단계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그 이미지에 걸맞은 내면을 함께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

내면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은 신의 노여움을 사 그 추악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니까.




p.s. 그런데 겉모습만 보고 고양이를 아내로 맞은 청년의 처지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쥐를 잡으러 뛰는 아내를 보고 느낀 참담함은 과연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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