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직장인이 읽는 이솝우화 (12)
옛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빚어냈을 때 두 개의 자루를 사람의 목에 걸었습니다.
앞에 건 자루에는 타인의 결점이 가득 채워져 있고 뒤쪽 자루에는 자신들의 결점이 들어 있었지요.
그리하여 사람들은 동료들의 결점은 십 리 밖에서도 볼 수 있지만 자기 결점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눈은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오직 자신의 뒷모습만은 볼 수가 없다. 당연한 듯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왜 자신의 뒷모습은 보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신의 뜻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냐마는 이솝은 뒤통수에 자신의 결점을 달고 있다는 재미난 설정을 생각해 냈다. 그 옛날에도 자신의 결점은 그만큼 돌아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면 자신의 결점을 못 보는 것보다 타인의 결점이 잘 보인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지도 모른다. 타인을 험담하고 시기하는 원인이 되는 탓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사이에 반목을 형성하게 한다. 이는 물론 조직의 화합 측면에 있어서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남의 결점을 자주 언급하는 사람은 직장생활을 잘하기 힘들다.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기에 자신도 타인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사람이 직장생활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결점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결점이 안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보여도 묻어두고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앞에 있는 자루는 십리밖에서도 보이니까)
정말 무서운 사람들은 남의 결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온화한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타인을 꿰뚫고 있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SNS 등의 발전에 영향을 입어 타인의 생활에 많은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이 동경이든 시기하는 마음이든 남에게 신경을 쓰느라 소중한 나의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좀 아깝다. 타인에게 쏟는 에너지는 오롯이 나에게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한다'는 말속에는 타인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러나저러나 직장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이라는 뻔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나 덧붙일 것은 나의 뒷모습을 바라봐야 할 때에는 타인의 시선을 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나 자신의 결점은 내가 정확히 보기 힘드니까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신이 우리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게 만든 까닭은 우리는 자체로 완전하지 않다는, 즉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함이 아닐까.